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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Jul 04. 2017

내가 먹는 것이 곧 내 몸이다

아버지의 몸에 암세포를 만든 음식들

아버지의 위암 판정 이후, 집안에 있던 모든 가공식품을 쓰레기통으로 버리고, 신선한 원재료 그대로의 식사로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 지 두 주 째입니다. 


그 동안 저는 위암을 일으키는 원인에 대해서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시기에 발표된 많은 논문을 읽었습니다. 각 논문마다 조건이 달라서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이 랜덤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아닌 원인을 밝혀낼 수 있는 경우로 한정한다면 대략 아래와 같은 원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1) 가공된 육류


저희 아버지의 경우 위암 수술 직전까지 직장생활을 하셨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햄이나 캔참치 같은 가공육류를 많이 드셨습니다.  그런데 이 가공된 육류에 특히 많이 포함되어 있는 질산염과 아질산염이라는 물질이 강력한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출처: http://fitlife.tv/new-study-finds-processed-meat-definitely-causes-cancer-original/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는 대부분의 잘 만들어진 음식들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살 수 있는데요, 모든 음식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나 육류는 가공되지 않은 원재료 그대로를 최소한의 조리를 해서 드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희는 아버지의 위암 진단 이후에 집에 있던 모든 캔참치, 햄, 가공치즈 등을 모두 휴지통으로 버렸습니다. 


(2) 탄 음식


탄 음식이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너무 자주 들어서 무감각해질 정도죠. 음식을 조리하면서 탄 부분을 떼어내고 먹는 건 사실 누구나 잘 실천하고 있는 부분인데요, 이번에 제가 암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알게 된 가장 충격적인 '탄 음식'은 바로 커피였습니다. 


출처: http://newatlas.com/viora-lid-takeaway-coffee/32155/


커피의 원가가 싸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은 수입품이기 때문에 커피의 가격은 결코 싸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카페시장의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마케팅력이 풍부한 대기업의 브랜드가 아닌 이상 가격적으로 우위를 점하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힘든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보니 오래되거나 질이 낮은 커피콩을 싸게 수입해서 맛을 없앨 만큼 태워서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좋은 커피는 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커피는 쓰다'는 선입견을 이용해서 그야말로 까맣게 태운 커피를 팔고 있는 겁니다. 즉 우리가 마시는 어떤 커피들은 쓴 커피가 아니라 그냥 '탄 음식을 우려낸 물' 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지인 중에 15년 간 서울대병원에서 암치료제를 개발하신 분이 계신데, 커피를 좋아하지만 절대 외부 카페에서는 커피를 마시지 않습니다. 오래 전부터 커피가 너무 쓰다고 생각했던 던XX너츠, 파X바XX 커피가 어쩌면 단순히 커피 맛 문제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반면 가격이 많이 높다고 생각했지만 쓴 맛이 하나도 없었던 폴바셋 커피가 재조명되네요. 


(3) 맵고 짠 음식


맵고 짠 음식은 위점막을 지속적으로 손상시키고 궤양을 만듦으로써 발암 물질의 작용을 쉽게 만듭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염분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 권장량의 3배나 되는데요, 저도 남자친구 가족이 있는 프랑스에서 약 한 달 동안 머물 때 제 자신이 얼마나 맵고 짠 음식에 길들여져 있는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프랑스 음식에는 기본적으로 소금과 고추가루가 없는데, 한국에서 그리 자극적으로 음식을 먹지 않던 저도 프랑스에 머문 지 일주일이 넘어가니 소금과 후추를 식사시간에 늘 챙기게 되더군요. 그 만큼 저의 몸이 맵고 짠 음식으로 길들여져있다는 반증이었겠죠.   


출처: http://www.cancernetwork.com/articles/diet-cancer-risk


생각해 보면 저희 아버지의 테이블도 맵고 짠 음식들로 가득했습니다. 아버지 자신은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하지 않으셨지만, 경상도 출신이 어머니의 요리 스타일이 맵고 짜다보니 아버지도 자연스럽게 그런 음식들이 싫음에도 불구하고 익숙해지신 것 같습니다. 사실 저희 어머니나 동생처럼 먹는 게 낙인 사람들에게 짠 맛도 매운 맛도 없는 음식을 먹자고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두 사람에게는 암도 없고요. 그래서 저와 아버지는 수술 후에 직접 요리를 배우기로 했습니다. 내 몸에 맞는 음식은 스스로  만들어 먹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수술도 큰 고개, (만일 항암치료를 받으셔야 한다면) 그 이후에 항암치료도 큰 고개지만, 평생 가져가야 할 식습관이 가장 멀고도 험한 고개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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