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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Jul 04. 2017

아버지, 위암 몇 기래요?

위암의 병기(기수)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이고, 병기는 언제 확정되나

저의 아버지께서는 서울대병원암병원에서 위암 진단을 확정받은 지 24일 만에 입원을 하셨습니다. 수술 날짜가 잡히면 수술 전 이틀 동안 입원한 상태에서 수술 준비를 하게 되고, 수술 후 역시 입원을 한 상태에서 약 7-10일간 회복기간을 갖게 됩니다.


위암 수술 직후 간호원 선생님의 체크를 받고 계신 아버지의 모습


그렇게 아버지의 위암 수술을 준비하고 그 회복과정을 지켜보면서, 위암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여기저기에서 주워들은 검증되지 않은 지식 뿐이었던 저도 실질적인 지식을 쌓아나갔습니다. 병원에서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암과 관련된 책도 꽤 읽었고, 병원에서 진행하는 유료 교육도 적극적으로 받았죠.


오늘은 그 중, 암에 대해서 제가 새롭게 알게 된 유용한 정보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물론 암에 관한 많은 전문적인 문서들이 있지만, 암으로 투병중인 많은 어르신들이나 그들을 간병하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렵게 쓰여진 면이 없지 않거든요. 그게 아니라도 제가 한달 전 처음으로 아버지의 위암 소식을 들었을 때 모르는 사람들의 위암수술 후기를 통해서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수술이 끝난 이제는 그 도움에 대해서 답을 하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위해서요.   



Q. 위암이 '몇 기' 인지는 언제 알 수 있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암의 '기수'는 수술이 끝난 후 떼어난 암의 조직검사를 통해서 알 수 있고,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수술 후 약 7-10일 정도가 걸립니다.

  

처음에 아버지께서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위암 판정을 받았을 때, 주변 사람들이 처음으로 한 질문은 "위암 몇 기래요?" 였습니다. 저 역시 아버지께서 담당 교수님에게 위암 판정을 받을 때부터 줄곧 궁금해하던 게 바로 그 '기수'였습니다. 암에 대해서 전문지식을 가지기 전, 제가 암의 심각성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지식이라고는 '기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위암 판정을 받았을 때도, 수술을 위해서 입원을 하고 수술 후의 회복기간에 접어들 때에도 교수님이나 주치의는 그 놈의 기수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제공하는 유료 교육을 들고 나서야 비로소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암의 기수는 수술에서 떼어낸 암 부위를 조직검사해야 확정할 수 있다는 것을.



Q. 암의 병기(기수)는 어떻게 정해지나?


암의 '병기'란 우리가 흔히 1기, 2기 라고 말하는 기수를 의미합니다.


이 기수는 3가지 요소 - 암이 침범한 깊이(T), 림프절의 전이 정도(N), 원격 전이 정도(M) 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고, 1기에서 4기까지 구분이 됩니다. 이 병기는 수술을 통해 덜어낸 암 부위를 조직검사 해야만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수술 전 검사를 통해서 시각적으로 확인한 암의 깊이가 위벽까지더라도(T2 단계), 실제 암 조직의 검사 결과 림프절의 전이가 없으면 (N0 단계) 결론적으로 1기로 판명이 날 수 있습니다.


흔히들 암의 병기(기수)는 단순히 암이 얼마나 퍼졌느냐로 결정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다만 학적으로 의미있는 병기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얼마나'를 3가지로 - 침범깊이, 림프절 전이 정도, 원격 전이 정도 - 명확하게 측정해야만 합니다. 여기서 '명확하게'라는 말은 검사를 통한 간접적인 방식이 아닌, 실제 암 조직의 검사를 통해서 진단한다는 의미입니다.


저희 아버지의 경우, 수술 후 일주일이 지난 현재 시점까지도 병기를 정확히 모릅니다. 검사에서는 2기일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위를 열어보니 1기일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정확한 결과는 수술 때 떼어낸 암 주변부의 정확한 조직검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습니다.



Q. 왜 병기(기수)가 중요한가?


의학적으로 암의 '기수'가 중요한 이유는 저도 정확하게 모릅니다. 다만 저희 아버지의 경우, 이 '기수'에 따라서 후속 항암치료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만약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1개월 간은 산책 등의 가벼운 운동을, 이후 2개월째 부터는 수영이나 자전거와 같은 활동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아버지와 약속한 유럽 성당 투어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집니다. 3개월 혹은 6개월마다 한번씩 병원에 들러서 약이나 주사를 통해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항암치료를 받은 후에는 기력도 많이 딸리고 힘들기 때문에 비행기를 타는 행위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수술 직후에 받은 교육에 의하면, 현대 표준치료에서는 1기만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그 이상의 병기에서는 항암치료를 병행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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