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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Jul 20. 2017

액션이 수반되지 않은 사과는 기만에 불과할지도

2주간 방치된 배송사고에 대해서 환불만 해 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

롯데마트에 제가 올린 컴플레인입니다만, 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서비스의 본질에 대해서 깨닫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고객의 억울한 마음을 경험해 보니, 왜 고객 입장에서의 적극적인 초기 대처가 중요한지, 그 대처는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실감하게 되네요. 사업하는 많은 분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길 바라며 공유합니다.  

컴플레인 전문

2주일 전에 주문한 제품입니다. 주문 후 이틀 후 제품을 받았는데 제품이 치명적으로 손상되어 있었습니다. 냉동제품인데 포장이 뜯기고 내용물이 녹아서 액체가 흘러나왔습니다. 냉동제품이 상온에 녹아있었기 때문에 상했을 가능성이 있어 전혀 먹지 않았습니다. 빠른 반품 혹은 다른 제품을 바로 살 수 있도록 즉시 환불을 원했습니다.


바로 롯데마트 고객센터 연락했고, 제조업체로 제품 사진을 보내고 전화를 하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제조업체로 바로 사진 보냈고, 제조업체에 전화해서 상황설명을 드렸습니다. 담당자가 사진 확인하고 전화주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후 연락이 없었습니다. 제 핸드폰 번호가 찍혔을 거고, 혹 안 찍혔다고 해도 롯데마트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는 게 고객 번호인데, 저는 업체로부터 문자도 한 통 못 받았습니다. 


1. 연락두절

중간에 제가 두 번 전화를 했으나, 전화기가 꺼져있거나 통화중인 시간이 길어서 결국 통화가 안 되었습니다. 두 주를 기다렸고 결국 오늘 직접 롯데마트에 전화하니 환불처리를 해 주시겠다고 했습니다. 환불처리야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요, 그런데 원래 소비가인 제가 원했던 것 - 상품을 바로 받는 것 - 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었고, 그로 인해서 불필요하게 소비된 시간 + 필요한 제품을 다른 곳에서 사지 못한 기회비용 등에 대해서는 아예 개념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보이지 않는 비용을 , 결국 피해를 본 제가 오히려 떠맡아야 하는 것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요청해서 받은 사과 


일단 롯데마트 측에는 이 부분에 대해서 환불처리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이에 제조업체(CJ 프레시웨이)에 사과를 요청했습니다. 롯데마트에서는 저에게 직접 전화해 보라고 하시기에, 왜 계속 소비자인 제가 연락을 해야하는지 모르겠어서 업체에서 내용 확인하고 저에게 연락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담당자는 '그걸 원하신다면 그렇게 해 드리겠다'고 하더군요. 곧 제조업체에서 연락이 왔고, 사과는 받았습니다. 그리고 내부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어서 서로 일이 처리되었다고 생각한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제 사정이 아니고, 더구나 저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거나 먼저 알려준 것이 아니기에 신뢰를 드리기는 어려웠습니다. 

3. 기회비용에 대한 보상 

제가 블루베리를 주문한 이유는 아버지의 위암 수술 이후 영양공급에 필요한 음료를 제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냉동 블루베리가 해동이 되고 포장이 손상된 채로 왔고, 담당자의 적극적인 재배송 및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시간을 써버렸습니다. 그러는 동안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고, 업체에 전화를 하도, 제품 사진을 찍고, 그 제품이 완전히 상할 때까지 보관을 하는 등 제가 사용한 보이지 않는 시간적, 노력적 비용들이 들어갔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저는 심리적이든 실질적이든 보상을 해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제가 하지 않아도 될 노력과 들이지 않아도 될 시간을 안일한 고객처리 때문에 사용하게 되었고, 다른 회사에서 더 좋은 블루베리 제품을 빠르게 받아서 원하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이 업체가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4. 그저 돈만 돌려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

저를 응대한 개개인 상담사의 의도는 아니였겠지만, 결국 소비자인 저는 '그저 환불을 해 주면 된다'는 느낌으로 소비자를 대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에 대해서는 제가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조업체에서 저에게 전화를 해서 '그래서 원하시는 게 있으세요?'라고 할 때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게 뭔지는 잘못한 업체가 고민할 일이지 제가 요청할 일이 아니니까요. 돈을 하루만 빌려도 이자를 줘야하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2주가 지나 제가 당연히 받아야 하는 돈을 돌려주는데 그게 서비스인 것처럼 말씀하시는 것도 맞지 않고, (논리적으로 따지면) 시간적 금전적인 손실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언급조차 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 건 더욱 맞지 않습니다. 

5. 애초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면

인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1만원 남짓한 제품이 손상된 것.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해서 상황을 알렸고 최대한 재배송이나 빠른 환불로 처리해 주면 인간적으로 끝날 일입니다. 하지만 그 일을 마음으로 먼저 하지 않은 쪽은 바로 제조업체쪽입니다. 두 주나 이해를 해주었음에도 뒷통수를 맞은 건 소비자인 저인 거죠. 그래서 인간적인 이해가 아니라, 논리적으로 제가 손해본 것들을 말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액션을 취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역시 더 이상 '당신들의 사정을 봐 줄 이유'가 없어진 거죠

6. 무엇을 원하느냐고요?

저는 이 상황이 너무나 불편합니다. 

어차피 상황은 종료되었기에 소비자가 억울해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불편합니다. 또 제가 가장 원했던 것 - 제대로 된 제품을 제대로 된 시간에 받는 것, 최소한 그렇게 되도록 관련된 사람들이 자기의 역할을 해주는 것 - 이 이미 일그러져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간과 노력과 감정을 소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보상해 줄 수 있을지를 저에게 물어보지 마십시오. 그것은 잘못을 한 업체에서 고민할 숙제지 저에게 물어볼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확실한 것 하나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다 한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다 하지 않은 업체측 대신 뭔가를 하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냥 묻어두거나 모른 척 하지도 않을 거란 사실입니다. 담당자를 통해서 잘못했고 죄송하다고 하셨으면, 그 말에 대해서 액션을 취하십시요. 액션이 없는 사과는 조삼모사 수준의 manipulation(기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요.

#롯데마트 #CJ #CJ프레시웨이 #블루베리 #서비스 #제품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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