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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oookong Feb 19. 2018

미스티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드라마 '미스티(Misty)'에 빠져든지는 아마도 드라마 첫회부터였으니 3주째가 되어간다.

나는 불륜 소재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엔 달랐다. 캐스팅된 배우들과 예고에서 먼저 만나 본 색감 그 묘하고도 자극적인 영상에서 나의 호기심이 불거졌다. 첫회가 끝날 무렵엔 매일이 금요일과 토요일의 반복이었으면 싶은 유치한 생각도 했다. 도입을 지나 이제 본격적인 전개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6회 방송을 시청한 뒤, 나는 하루 종일 이승철의 '사랑은 아프다'를 반복해 들으며 '왜 이 드라마에 빠져드는가'를 잠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간단했다. 사랑이었다. 그 지독한 사랑의 의미가 새삼 고민됐기 때문이었다.


사람을 대상으로 사랑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함부로 쓰는 단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엄청난 감정이 총체 된 단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였다. 사랑한다면 이렇다 저렇다 하는 모든 것들을 믿고 그대로 감내해야 했던 과거를 반추해 볼 때, 도려낼 수 없는 후회나 상처가 삶 깊은 곳에 징그럽게 남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노래 제목처럼 사랑은 아픈 거니까 내가 누군가에게, 누군가로부터 내가 '사랑'이란 단어로 힘들게 하거나 힘들고 싶지 않아서도 잘 쓰지 않게 되었다.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 한 명 한 명 너무나 처연하다. 모두 안아주고 싶을 만큼 각자의 사연 속에서 아프고, 슬프다. 그중 가장 감정이 이입되는 캐릭터는 강태욱(지진희)이다. 야망을 쫓는 아내 고혜란(김남주)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강태욱(남편)은 보는 이의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아내를 향한 사랑 그 아픔을 놓지 못한다. 그러나 더 안쓰러운 건 그 사랑이 집착이 아닌 오직 책임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넨 자신의 약속, 그 변함없는 진심을 책임으로 끝까지 다하려 한다. 누가 그럴 수 있을까, 극이 만들어낸 강태욱이 아니고 누가 이럴 수 있을까



"내가 너 지켜주겠다고 한 건 니 명예, 니 위치, 니가 지금 가지고 있고 앞으로 가지고 싶어 하는 모든 것들이야"


언젠가 나도 그 사람을 지키겠다고 사랑을 책임으로 다한 적이 있었다. 그 사람의 명예, 그 사람의 위치, 그 사람이 가지고 있고 앞으로 가지고 싶어 하는 것들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지켜보려 애써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사랑이란 이름의 오명에는 끝이 있었고, 그 끝은 배반이나 변심이 아니라 자아 소멸이란걸 알게 되었다. 나는 사라지는 것이다. 나는 없고 오직 그 사람만 있었다. 내 진심이 마치 그 사람의 진심인 것처럼 착각이 되고 내가 아닌 그 사람으로 서서히 변해갔다. 과연 그게 사랑일까. 사랑의 주체는 누구이고 본질은 남아있는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정신이 번뜩 들었고, 다시 나를 찾고서야 '사랑'이란, 온전한 나로 있을 때 가장 자유롭게, 가장 깊이, 가장 진실되게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그 단어를 잘 쓰지 않게 되었다. 너무도 신중해서 그리고 어쩌면 너무도 위험해서.


극 중 강태욱(지진희)을 보면 이상하게도 오랫동안 접어두어 꼬짓해진 생각들이 한 장씩 펼쳐진다. 이제는 다시 꺼내도 감정의 흔들림이 전혀 없다. 사랑을 다했기에 남은 게 없고, 타고 남은 재가 있더라도 바람에 날려 흩어져버렸다. 낫지 않을 것 같던 상처도 그 위로 새살이 돋아나고, 어색할 것 같던 붉은 새살도 어느덧 내 삶에 아무런 거슬림이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비슷한 누군가의 상처를 마주할 때면 가슴이 조마조마해진다. 그만 멈췄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이 드라마에 감정이입이 되는 가장 큰 이유 같기도 하다.   


애초에 사랑이 책임이나 의리가 동반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그저 게임처럼 푹 빠졌다가 끝나고 마는 거였다면 좋았을 텐데. 사랑이란 진심을 그 약속을 지키려는 사람이 너무 아프고 힘드니까 그게 또 너무 아프다. 한 사람이 점점 사라지는 걸 지켜보기가 안타깝다. 내 글에는 결론은 없다. 사랑을 정의할 수 없기에 마무리도 할 수가 없다. 그저 이 이야기 속의 강태욱(지진희)의 싸움이 얼마나 치열할지, 그 끝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지 궁금할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바란다는 표현이 더 옳다) 결말이 있다. 기대하지는 않겠지만 집필 작가의 결말이 궁금해졌다. 만약, 작가의 결말이 내 생각과 비슷하다면 나는 작가에게도 이 메모를 통해 감히 위로를 건네고 싶다. 이만큼 아프지 않았다면 이런 작품을 그리지 못했을 테니까.





표면적으로는 김남주의 기대작이나 실질적으로는 지진희의 인생 작품 같다. 

적격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멋진 드라마 '미스티'에 대한 작가두콩의 사색


드라마 정보 : 공식홈페이지 (*http://tv.jtbc.joins.com/misty)

OST듣기 : 유투브 출처 kDrama Freaks (*https://youtu.be/xzw1E6yq8Uo)

 

글|사진 ⓒ dooookong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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