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다가구주택 이웃들
서울이라고 하기에는 서울이 아닌 것 같은, 서울의 변두리 언저리에 위치한 그저 그런 동네, 거기서도 흔하디흔한 어느 2층짜리(라지만 3층처럼 보이는) 붉은 벽돌집에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소리 대신, 수도꼭지에서 나는 소리 대신, 발걸음 쿵쿵대는 소리 대신, 사람 소리가 들리던 날.
모처럼 하늘은 맑고 미세먼지는 ‘좋음’ 수준이던 주말 오후, 반지하 현관문 앞 하수구에서는 퀴퀴한 물이 역류했고, 때마침 귀가했던 반지하 B102호에 거주하는 할머니는 퀴퀴한 하수(下水)에 차마 신발을 적시지는 못하고 그 앞에 주저앉아 “어쩌다 내가 반지하에 살게 돼서는”이라고 신세한탄하며 목놓아 통곡했다.
한편 1층 102호 할머니는 작년에 사고로 아들을 잃고 현재는 죽고 없는 아들의 아들인 대학생 손자와 함께 사는데, 반지하에서 퀴퀴한 냄새가 올라오던 바로 그날, 손자가 밖에 나가고 없는 동안, 할머니는 전화기를 붙들고 누군가에게 “나도 오늘내일 하면서 병원 다니는데 나까지 죽고 나면 우리 손자 불쌍해서 어떡하면 좋아”라며 입술을 깨물고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켰다.
101호 젊은 놈은 뭘 하고 사는지 밤마다 집밖으로 나갔다가 오전 9시가 넘어서야 되돌아오기를 수 달째, 어느새 방 안까지 퀴퀴한 냄새가 퍼지고 창문 바깥에서 통곡성이 들려오고 옆집 벽 너머에서는 울음소리가 전해지는 동안에도, 그는 암막커튼 그림자가 드리운 어둑한 방구석에 몸을 뉘인 채, 윗집 2층 할머니가 창문을 쾅 닫는 소리를 들으며, 굳게 감은 눈꺼풀 뒤로 눈동자만 이리저리 움직이며 한숨을 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