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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미 Aug 11. 2021

시골에 산다는 것

철원으로 이사 가다.

생각해보면 나는 지금까지 꽤 많은 도시에 살았다. 대구, 인천(영종도), 서울, 파리, 방콕..

영종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도시였고, 영종도는 시골이지만 공항의 특수성이 있어 깡시골의 느낌은 아니었다. (내가 살 때는 운서역이 지금처럼 번화하지 않았고, 롯데리아와 이디야 밖에 없었다.)


19년부터 남편이 후방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21년 6월 전방으로 가게 될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남편은 양구에서 4년을 근무했기 때문에 서부로 갈 예정이고, 잘되면 파주, 못되면 연천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육군 인사사령부는 언제나 내 기대를 저버리기에 남편은 철원으로 발령이 났다. 철원은 강원도지만 군에서는 서부로 분류된다고. 하하.


철원에 오면서 걱정이 많았다.

1. 결혼한 시점부터 주말부부로 살았기 때문에, 남편과 매일매일 함께 사는 진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까?

2. 남편이 없는 시간 동안 시골에서 뭘 할 수 있을까. 로켓 배송이 없는 곳에서 쇼핑은 어떻게 해야 할까?

3. 심지어 운전도 못하는 내가 남편이 출근한 후 어떻게 이동할까?


사실 나는 작년 2월부터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아직까지 한 번도 사무실에 나가지 않았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사무실로 출근을 하게 될 것 같아서, 서울에 원룸을 구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일단 철원으로 이사 왔다. (지금 생각하면 잘 한 결정!)


서울 집의 전세 계약은 만료될 예정인데, 관사는 나오지 않아서 일단 월세집을 구했다. 집을 구하기 위해서 철원에 세 번 정도 왔는데, 결국 94년에 지어진 집이긴 하지만 앞뒤가 탁 트인 시골 빌라를 구할 수 있었다. 남향이고 우리 동네에서 4층인 우리 집이 가장 높아서 뷰가 좋다.


막상 이사를 오고 나니, 집이 이전에 비해서 두배 넘게 넓어졌고, 시끄러운 차 소리가 들리지 않고 (대신 새소리, 개소리는 엄청 들린다), 산책을 할 수 있는 길이 있고, 집 옆에 초등학교가 있어서 해가 지고 나서도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철원에 오기 전에 했던 걱정들과, 시골살이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글로 써보려고 한다. 지난번처럼 프롤로그만 쓰고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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