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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연이 Aug 22. 2017

2014년, 너와의 첫 만남을 기억해.

나와 너의 첫 만남, 그 날을 되돌아보며

2017.01.27
-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회사가
하늘같이 푸르렀던 그 회사의 채용공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 회사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 만남이었다.





2014년 이맘때쯤이었다. 다른 회사에 면접 보러 가는 상경길에서 와디즈 채용공고를 본 것이.


꿈속에서 본 흐릿한 형상의 누군가를 현실에서 마주친 듯 우연처럼 그러나 운명같이 와디즈를 만났다.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때 버스 창가에 앉아있던 내 모습을 생경하게 기억한다. 하늘색 바탕의 채용공고를 읽어 내려가자 손은 미미하게 떨리기 시작했고 심장은 그보다 더 쿵쾅거렸으며, 얼굴은 갑자기 끓어오른 열정으로 화끈거렸다. 우리의 첫 만남은 소위 말하는 '운명 같은 만남'의 클리셰 범벅이었다.







왜 와디즈에 들어왔어요?


지원했을 때부터 지금도 종종 듣는 질문이다 "왜 와디즈에 왔니?"

2013년 12월, 대학교 3학년까지 마친 나는 갑자기 인턴을 하며 사회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날로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의 조건을 따져보았다. 다음과 같다.



하나, 다른 사람의 등골을 빼먹지 않는 회사

적어도 부잣집 딸내미가 탈 말은 사주면서, 자회사 공장에서 일하다 죽은 노동자들을 외면하는 회사에서는 일하기 싫었다. 견과류 때문에 멋대로 비행기를 회항시키고, 자기보다 힘없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리더들이 있는 회사에서도 일하기 싫었다. (이것은 철저히 개인의 가치관일 뿐, 나의 잣대를 타인에게 적용하고 판단할 만큼 청렴결백하지는 않다.) 적어도, 정말 적어도 다른 사람의 피눈물 위에 군림하는 회사에서 내 열정을 다하고 싶지는 않았다. 와디즈는 그때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 믿었고 그 믿음은 여전히 굳건하다.



둘, 망치 같은 회사

처음 와디즈 자소서를 쓸 때부터 쭉 우려먹는 말이 있다.


"지금의 사회구조는 영원히 바뀔 수 없다는 생각, 인간의 본성은 이미 결정되어 있어서 바뀔 수 없다는 생각들이 인간을 체념적이고 수동적으로 만드는 담벼락이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이 말은 나의 신념이자 포부이기도 하다. 와디즈는 본래의 의미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지금의 자본주의 속에서 고착하고있는 자본의 불균형을 해결하고자 했다. 니체가 말한 담벼락을 부수고자 하는 회사였던 것이다. 3년이 지난 지금, 나의 신념이 와디즈를 통해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는 순간을 종종 마주치곤 한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순간이다.



셋, 행복을 주는 회사

찰리 채플린은 말했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면 인생은 내게 경의를 표하리라!


앞으로 뭘 먹고살아야 할까? 뭘 해야 즐겁게 살 수 있을까?

내 모든 경험의 이유는 이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함이었다. 수년에 걸친 자문의 끝엔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는 답이 있었다. 누군가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기회를 잡고, 또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을 함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결론이었다. 며칠 전 사무실에서 반가운 전화가 울렸다. 500% 가 넘는 달성률로 종료된 프로젝트의 메이커 분이었다.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와디즈 덕분에 투자를 받았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셨다. 인생이 내게 경의를 표하지 않아도 좋다. 나는 이미 충분히 경이로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종종 2014년 서울로 향하던 버스 안 그 창가 자리로 다시 돌아가 그때의 초심을 기억한다. 앞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에 자신을 가지되, 같은 이유로 우쭐해하거나 자만하지 않기 위해서.  


이사님과 대표님과 함께 했던 첫 면접이 끝날 즈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도 좋다는 말씀에 오그라드는 손을 꽉 잡고 패기 넘치게 외쳤던 말 역시 기억한다.


저는 사막에 더 많은 와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비를 내리는 수증기가 되겠습니다!


과학 시간은 곧 자는 시간이라 말했던 내가 면접 직전, 비 오는 이유까지 검색해가며 준비했던 이 말은 곧 나의 초심이고, 나는 그 초심을 품은 수증기가 되어 슬픈 도깨비처럼 그러나 누구보다 행복하게 사막에 비를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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