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투두 리스트와 위클리 인사이트의 꿀조합
한주를 돌아보면 내가 이것도! 이것도! 이것도 했지!!! 우와!!!! 하는 기분이 들어야 할 만큼 일을 많이 한 것 같은데 막상 돌이켜보면 내가 뭐했지..? 하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그때는 분명 쏟아붓듯 최선을 다했는데 정작 손에 잡히는 것도 기억에 남는 것도 없다니 억울했다. 멍청이가 된 것 같았다. 그래서 노션에 내 업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날짜를 쓰고 그날 해야 하는 업무들을 쓴다. 일을 하다가 중간중간해야 할 일들이 생기면 사소한 일들도 다 기입해둔다. 회의를 하고, 면접을 보는 일부터 단순한 루틴 업무까지도 세세하게 써둔다. 처음에는 이런 것도 써야 하나? 싶었던 일들도 있었는데 막상 써두니 나중에 시간 관리를 해야 할 때, 이 업무에는 대략 몇 분이 들겠구나 하는 계산이 되니까 편하다. 마무리한 업무에 가로선을 칠 때의 쾌감도 짜릿하다.
업무 우선순위 조정이 필요할 때는 드래그만 하면 된다. 집중해서 해야 하는 업무들과 투닥투닥 마우스 클릭 몇 번만 하면 되는 단순 업무들이 있을 때 순간의 컨디션에 따라 업무 순위를 조정한다. 막 집중력이 뿜뿜하고 열정이 폭발할 때는 콘텐츠를 만들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기획하는 일을 한다.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고 의욕이 사그라들었을 때는 단순노동에 가까운 일들을 쳐낸다.
또 내가 매일, 매주 해야 하는 일들이 루틴 업무들이 리스트업 된다. 당연하게 해왔던 일들이 정리되어 보이니 여기에 쏟았던 리소스와 앞으로 쏟아야 할 리소스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가 생겼다. 효율적으로 업무를 하려면 어떤 부분을 줄여야 할지가 보였고, 구체적으로 효율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머리로만 어렴풋이 알고 있을 때와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보일 때의 대처법은 현저히 다르다.
깜빡하거나 놓치는 일도 줄어든다. 다양한 분야에 걸친 일이 많기도 했고, 기억력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서 중요 업무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금세 까먹고 나중에 급하게 처리하는 일들이 다반사였는데 업무를 정리하고나서부터는 놓치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고 써놓고 여전히 놓치는 업무들이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긴 하다..)
이렇게 매일 투두 리스트를 쓰는 것도 좋지만 사실 이 리스트의 하이라이트는 위클리 인사이트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내가 했던 일들을 그다음 주 월요일 투두를 쓰기 전에 살펴본다. 한 주 동안 한 걸 살펴보면 다음에는 이렇게 처리해야지! 이 일은 요렇게 디벨롭해봐야지! 하는 인사이트와 아이디어가 생긴다.
처음에는 좀 어색할 수도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혼자 뻘쭘해서는 키보드 위에 손만 얹어놓고 멀뚱멀뚱 보다가 퇴근했었다. 어차피 혼자 볼 거니까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말고 떠오르는 대로 써보자 했더니 춤추는 마리오네트마냥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많이 쓸 게 없는 주는 그런대로, 주절주절 하고 싶은 날에는 또 그런대로 써 내려갔다.
그런데 이걸 하다 보니 커다란 맥락 같은 게 생기기 시작했다.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는지가 보였다. 헨젤과 그레텔이 길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뿌린 빵가루 같은 역할을 이 복기 작업이 해주고 있었던 거다. 일을 하다가 뭔가 답답하면 주황색 글씨체로 써둔 인사이트 탭을 켜본다. 찬찬히 읽어보면서 내가 떠올렸던 생각들, 얻었던 감상들, 고민인 부분들을 다시 살펴본다. 단서들이 한가득이라 주워 먹을 게 많다.
마케팅팀의 2020년을 복기하고 2021년에 함께 하고 싶은 일을 정리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어주었다. 중간중간 새로운 기획이 필요할 때도 역시나 길을 밝혀주었고. 앞으로도 데일리 투두 리스트와 위클리 인사이트를 쓰는 습관은 쭉 유지할 예정이다. 언젠가 이곳에 써둔 인사이트들을 잘 엮어서 콘텐츠로 만들어봐도 재밌겠다. 2021년의 끝에는 얼마나 많은 내용들이 담겨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