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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브로브니크 전망대와 라피드(Lapad)

스르지산 전망대와 라파드 그리고 성벽 밤풍경

by 머슴농부


아침에 눈을 뜨자, 또다시 흐린 하늘이 창밖을 덮고 있었다.

간간이 떨어지는 빗방울은 이제는 익숙한 풍경처럼 느껴졌다.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한 지 벌써 사흘째, 단 하루도 맑은 날씨를 만나지 못했다.

전날, 구시가지에서 부산에서 왔다는 모녀를 만났다.

짧은 대화 끝에 오늘은 함께 스르지산 전망대에 오르기로 했지만, 아쉽게도 날씨는 여전히 우중충했다.


그래도 약속이니 모녀와 만나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나눈 후, 궂은 날씨를 무릅쓰고 스르지산으로 향했다.


산을 오를수록 점점 높아지는 고도에 따라, 두브로브니크 성벽의 웅장한 윤곽이 서서히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흐린 날씨 속에서도 도시의 고즈넉한 풍경이 멋졌다.

하지만 전망대에 가까워질수록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비도 굵어졌다.


무엇보다 안전 난간조차 없는 가파른 계단이 이어졌기에, 결국 중도에 오르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정상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그 길 위에서 바라본 두브로브니크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내려오는 길에 보았던 스르지산을 오르는 케이블카도 이 날은 운행이 중단되어 있었다.

모녀와는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나는 시내버스를 타고 라파드(Lapad) 지역으로 향하기로 했다.


다행히 두브로브니크 패스를 소지하고 있었기에, 패스 유효 기간 내에는 시내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었다.

필레 문 바깥의 정류장에서 6번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이동했다. 불과 15분도 채 걸리지 않은 짧은 거리였다.

하지만 종점에 도착하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다음 버스를 타고 라파드에서 내렸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빗방울은 여전히 흩뿌렸다.

무작정 걸음을 옮기다 문득 눈에 들어온 작은 식당.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에 딱 좋은 공간이었다.


예상보다 식사는 꽤 만족스러웠다.

구시가지의 음식은 가격이 비싸고 메뉴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라파드는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입맛에 맞는 음식들이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버스를 타고 구시가지로 돌아왔다.

이번엔 처음으로 밤길을 걸어보았다.

비가 잦아든 덕에 성벽 안 거리엔 사람들이 다시 북적였고, 상점과 가로등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불빛이 고풍스러운 건물들을 따스하게 감쌌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라본 구시가지의 야경. 낮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석조 건물들이 조명 속에서 한층 더 깊은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비록 흐린 날씨였지만, 그런 날만이 보여주는 두브로브니크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날 수 있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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