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커피 쟁이가 들려주는 커피 이야기
오늘은 간단한 주제를 가지고 왔다. 요즘에 다니다 보면 카페, 커피 광고나 배너에서 '스페셜 티 커피'에 대한 걸 어디선가는 들어봤을 거다. 맨날 스페셜 티 스페셜 티 하는 데 뉘앙스만 봐서는 뭔가 좋은 커피라는 걸 예측은 할 수 있을 거다. (아님 말고...)
스페셜 티 커피(specialty coffee)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커피 협회인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에서 산미, 바디, 향미, 밸런스 등을 평가하여 80점 이상을 받은 커피를 말한다. 흔히 약 상위 5~10%에 속하는 커피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는 수입국이다 보니, 대체적으로 품질이 좋은 커피만을 접한다. (품질이 좋지 않은 커피는 자국에서 소비하는 편이다.)
농장주들은 협회에 커피를 출품하고, 협회에 속해 있는 커피 감별사(q- grader)들이 맛을 보고 점수를 준다.
이런 시트지에 각 파트별로 점수를 준다. 각 파트의 기본 점수는 7.25점부터 시작한다. 부정적인 게 있으면 -0.25 , 좋은 게 있으면 +0.25 점을 줘서 총점 80점 이상이면 우리가 듣는 스페셜 티 커피가 되는 거다!
스페셜 티 커피라고 하면 어느 정도 품질이 인정된 거라고 생각해도 좋다. 단 이걸 마케팅 수단으로 속여서 판매하는 카페도 꽤 있다. 왜냐하면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 소비자가 알기 어렵고, 협회 인증이어서 법적 제재를 가 할 수도 없다. 참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그럼 '진짜 스페셜 티 커피는 어디서 맛을 볼 수 있냐?'라고 묻을 것이다.
커피로 유명한 카페를 가거나, 편법? 오르는 이름이 긴 커피를 찾아서 먹으면 스페셜 티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예를 들어 와인도 좋은 와인일 수 록 이름이 길게 붙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거기에 와인 이름(국가), 지역, 특별 가공방식 or특별 품종, 가문 or농장 이름이 들어간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좋은 커피일 수 록 대부분 국가, 품종, 농장, 가문, 특별 가공방식 등 이름에 들어간다.
모든 커피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말하면 그렇다. 예를 들어서 신의 커피라고 불리는 '파나마 게이샤'를 예로 들어보면, '파나마 게이샤'라고 해서 다 같은 게 아니다. 우리가 신의 커피로 알고 있는 파나마 게이샤는 '하시엔다' 가문의 커피다. 거기의 풀 네임은 '파나마 하시엔다 라 에스메랄다 게이샤 스페셜'이다.
많이 길지 않은가? 파나마(국가), 하시엔다(가문 이름), 라 에스메랄다(농장 이름), 게이샤( 품종 이름), 스페셜(이 가문에서 직접 정한 등급)이다.
그래서 대충 이름이 뭔가 길면 '오 괜찮은 커피가 보군'이라고 생각해도 괜찮다.
쓰다 보니 생각보다 말이 길어졌다. 요약하자면,
1. 스페셜 티 커피(specialty coffee)는 어느 정도 맛이 검증이 된 커피이다.
2. 스페셜 티 커피가 아님에도 속이는 카페가 좀 있다.
3. 이름이 길면 '괜찮은 커피 겠구나'라고 생각하면 맛에 대한 실패 확률이 줄어든다.
눈 오는 오늘, 기회가 된다면 나를 위한 작은 선물로 스페셜 티 커피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