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르 Feb 22. 2019

나의 식후 땡 커피

'크레이저 커피'의 '해머' 블랜드

 요즘 점심식사 후 식후 땡으로 카페에서 커피를 자주 마시는 편이다. 예전에는 브루잉 커피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이제는 슬슬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커피가 당기고 카페라는 공간에 착석하여 커피를 마시는 느낌은 나에게 또 다른 기쁨을 주는 행위다. 

 문정 법조 타운 부근 '툴즈 커피'라는 카페다. 내가 이 카페의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는 '크레이저 커피'에서 로스팅한 원두를 쓰기 때문이다. 내가 유독 '크레이저 커피'의 원두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웬만한 카페의 원두보다 훨씬 맛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자신이 로스팅에 자신이 있는 것이 아니면, 맛있게 로스팅한 원두를 납품받아 쓰는 것이 좋다고 하나보다. 

'툴즈 커피' 아이스 아메리카노

 이 날 내가 먹은 블랜드는 '해머'블랜드이다. '망치로 머리를 때릴 만큼 맛있다고 생각해서 붙인 이름인가?' 싶었다. 

 내가 원래 이 커피에서 느낀 향미는 


청사과, 캐러멜, 밀크 초콜릿 


이였다. 하지만 이 날은 아쉽게도 내가 항상 먹었던 그 맛이 아니었다. 청사과의 산미는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애프터에 떫은맛이 남았었다. 아마 로스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원두 거나, 그라인더의 분쇄도 조절이 잘못되어 과추출을 한 게 아닌가 싶다.


출처 (크레이저 커피 몰)

옆에 있는 사진이 '크레이저 커피 몰'에서 가지고 온 '해머' 블랜드의 테이스팅 노트다. 어떤 원두가 블랜드 되어 있는지는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 테이스팅 노트를 이미지로 딱 보일 수 있게 만들어놔서 좋았다. 

 내가 느낀 청사과는 원래 없던 것인가? 청사과는 없고 캐러멜만 있다. 내가 느낀 것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밀크 초콜릿이었는데, 여기서는 다크 초콜릿과 흑설탕이라고 말한다. 나는 분명 청사과의 산미와 단맛을 느꼈는데... 내가 뭔가를 잘못 느꼈나 보다. 오늘 먹어본 커피에 의하면 옆의 테이스팅 노트가 확실히 맞아떨어진다고 느낀다. 적당한 산미에 고소하고, 끈적한 캐러멜과 흑설탕 그리고 마지막에 쌉싸름한 카카오 99 퍼에서 만날 수 있는 다크 초콜릿의 바디감. 내가 전에 먹었던 것은 환상이라는 말인가... 청사과의 산미가 나는 커피 때문에 그곳에 갔던 것인데 아쉽다.

 나는 요즘 어렸을 때 읽었다가 완결이 나지 않아 보지 못했던, '신의 물방울'을 다시 읽고 있다. 그래서 커피를 보면 이것저것 맛을 멋지게 표현하고 싶은 욕심에 휩싸인다. 와인에게 와인만의 매력이 있듯이 커피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확실히 존재한다. 나는 속이 쓰려서 예전만큼 커피를 마시지 못하지만, 아직도 커피를 좋아한다. 깊게 들어가려 할수록 나의 귓가에 속삭이듯 수수께끼를 내놓는 커피. 와인에 비해 맛의 폭은 넓지 않다고 느끼지만, 이런 커피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매력에 많은 사람들이 빠져봤으면 한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피곤한 낮잠을 날리는 커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