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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라 Dora Oct 13. 2022

누군가에게는 독이 되는 안락함

'안정성'이라는 중독에서 벗어나기

인간이라면 대체로 안정성, 안락함을 추구할 것이다. 집을 원하는 이유도 그런 게 아닐까? 안락하고 따듯한 공간에서 난공불략의 요새를 구축하는 것. 투기의 목적을 뺀다면 말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안락함이나 안정성이 독이 될 수도 있단 생각이 든다.


공무원으로 일했던 7년을 정리하며 든 생각이다. 물론 이것은 내 개인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글을 쓰는 거니까, 이 글은 유일하게 내 것이라 말할 수 있는 자산(?)이니까 어디 한 번 이야기나 해 보겠다.


난 7년간 잘리지 않을 것이라는 안정감에 취해서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다. 더욱 나아지려는 노력인 자기계발도, 노후 혹은 미래를 위한 투자도, 거창하게는 노후가 아니라 당장 몇 달 뒤에 갈 예정인 해외여행을 위한 저축도 하지 않았다. 왜냐면 나는 공무원이니까. 왜냐면 나는 신용등급이 좋으니까. 목돈 필요할 때가 생길 테니 돈을 차곡차곡 모아두라는 말도 듣지 않았다. 목돈이 필요하면 좋은 신용등급으로 은행에서 빌리면 될 테니까. 당장 사고 싶은 게 있는데 돈이 없으면 할부로 샀다. 따박따박 월급이 나올 테니까. 그렇게 7년을 살았다. 그러니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늙어서 정년퇴직할 때까지 공무원을 하면 평생 이렇게 오늘 쓰고 내일 벌어서 겨우 메우는 삶을 살겠지?


단적인 예가 위에 나열한 것들일 뿐이지, 삶을 대하는 모든 태도가 그랬다. 난 공무원이니까. 돈이 따박따박 나오니까. 성장하지 않아도 잘리지 않으니까. 그렇게 대충 회사에서 9시간을 때우고 집에 오면 아무도 날 자를 수 없고 난 계속 이렇게 현상을 유지하며 살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그 ‘현상유지’라는게 무서웠다. 계속 이렇게 현상만 유지하다가 끝나면 어떡하지? 그래도 난 꿈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어느 순간 난 꿈도 없고 야망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인간이 되어 있었다. 그냥 하루하루 돈 쓰고, 먹고, 싸고 그냥 그런 인간이 돼 있었다. 물론 아무 야망도 꿈도 없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들이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그런데 애초에 내가 추구했던 방향은 아니다. 난 늘 꿈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래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지금 당장.


준비된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준비 될 때 까지 기다린다면 난 또 7년간의 패턴을 반복할 게 뻔했다. 그래서 준비된 것 없이 그만 두었고 그만 둔 후에 내가 저지른 일을 처리하고 있는 중이다. 난 꼭 그렇게 배운다. 그러나 배우는 방법은 누구나 다르지 않을까? 누군가는 착실하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식으로 정석 루틴을 따르겠지만 누군가는 정말 상황이 닥쳐오고 맞닥들인 현실을 헤쳐나가면서 그렇게 비정석 루틴을 통해서 배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배우고 있다.



평생일할수 있는 직장이 주는 안락함을 벗어난 후 정말 나를 마주할 수 있게 됐다. 안락함에 취해있을때 나는 나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으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공무원으로 일할 때 나는 공무원 때려치면 하고싶었던 일을 다 하고 뭐든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내가 이렇게 재능이 많지만 공무원이라서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 상황에 제약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일 뿐이지 이따위 직업만 벗어나면 난 뭐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역시 내가 우물안 개구리로 너무 오래 있었단 사실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었다. 세상에 잘난 사람, 특별한 사람, 재능있는 사람, 매력있는 사람은 너무도 많았다. 취업 준비 하면서도 불쑥 찾아든 생각이었지만 얼른 다시 집어넣어 모른척 하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사실 난 너무 어중간한 재능과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그만 두고 계속 내 길을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러지 않으면 결국 그 독같은 안락함과 안정감에 중독도 아떤 것에도 도전하지 못한채 뒤늦게 후회하게 될 것 같아서.


지금 나는 나를 제대로 인지하고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 배움은 꼭 달가운 것은 아니어서, 긍정적인 부분도 부정적인 부분도 있긴 하다. 그래도 최대한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객관적으로 나를 판단하고 바라보게 된다고 해서 자기비하를 하고 우울함에 빠질 필요는 없다. 계속 나를 바라보고, 탐구하고,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


나를 후려치는 그 모든 부정적 언어들을 밟고 일어서서 보란듯이 행복하게 잘 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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