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
겨울과 봄의 블루스는 생각보다 길었고, 그 사이에서 열병이 난 것은 우리들이었다. 열이 내리기만을 기다렸다. 바쁘면서도 무기력했다. 그렇다고 해도 부지런히 써내지 못한 것을 더 봄 탓을 할 수는 없다.
신학기 적응기간이 지나자 담임 선생님들에게 전화가 왔다. 학교에서는 전화가 오지 않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가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이라고 좋게 말씀해 주심) 우리 집 초딩들은 친구랑 싸우거나 입에 연필을 물고 돌아다녀서 선생님을 걱정시켰다.(한 명이 그러면 친구들이 따라 해서 더 위험해진다)
죄송합니다.
하고 말할 때마다 내 몸이 점점 작아져서 수화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부끄러워 숨고 싶었다. 그렇게 이래라, 저래라, 그래라 가르쳤는데...숨을 때 숨더라도 집에 들어올 녀석들의 얼굴을 보아야겠다. 나는 나라의 운명을 짊어진 듯 비장해졌다. 나는 혹시 선생님들이 이 어린이들을 포기할까 봐 어찌 되었든 아이가 잘못하고 있으면 바로 가르쳐 달라고 여러 번 부탁드렸다.
근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훈육방식을 보면 선생님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대화와 중재와 설득과 인내는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학생이던 때는 그렇지 못한 선생님도 많았지만, 그렇다고 그 시절의 경험을 현재의 교사집단에게 투영하여 몰아붙이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아직까지 작년 공교육 멈춤의 날에 눈치만 보다가 아이를 등교시킨 것이 마음에 걸린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이 글을 쓰고 있나?
그렇지, 기분이 나빴기 때문이다. 공교육이 미덥지 못하다고 다른 유형의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의 선택의 자유는 늘 존중한다. 그러나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드러내려고 공립학교를 지나치게 까내리는 것은 비겁하다. 공립학교에 가면 학교폭력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아이가 불행해질 거라는 말도 나에게 서슴없이 한다. 걱정을 해도 내가 해야 하는 것 같은데;;;; 그들 틈에서 나는 가난해서 공립학교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일 뿐이겠지만, 나도 자기 능력으로는 못 보내는 아이 학교를 조부모의 도움으로 보내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다. 오늘도 손절+1이다.
결국 오늘도 불화전문가가 되었네. 그러나 학교는 화목하면 좋겠다. 모쪼록 아이들도 행복하고 선생님도 행복한 학교가 되기를. 그러니까 아들들 제발 수업시간에 궁뎅이 붙이고 앉아 있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