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아흔 여섯 번째 주제
어떠한 연유에선지
당신이 한없이 그립다가도
그대로 내동댕이 치고싶을만큼 밉다.
나를 끝까지 아껴주었으면 하면서도
나라는 존재를 아파해주었으면 한다.
당신은 여태 나를 잡지 못했고
난 그런 당신의 손을
잡았다가 놓았다가.
수많은 날을 뒤집어 세어보면
서로를 바라보지 않은 날이 더 많은데도
가슴이 따끔따끔하게 아픈 까닭은
당신을 갖지도 놓치도 못해서일까.
나를 더 간절히 원하지 그랬어.
나를 더 그리워하지 그랬어.
-Ram
내가 시간에 절실한 이유는 그냥 지나가는 시간이 하릴없이 바라보고 있을 수 만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엔 하루하루의 해넘이가 아쉬운 요즘이고, 순간순간의 감정이 소중한 요즘이다.
행복의 자락은 그리 먼 곳에 있는 건 아니다. 시간에 대해 조금만 더 절실해지면 많은 것들이 변한다.
내가 순간에 절실한 이유는 나조차도 모르는 내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어디까지 변할 것이며, 달라질 것이며, 그대로 일 것인지 전혀 가늠할 수 없다.
어제 상상못한 오늘의 내가 있고, 일주일 전에 상상못한 오늘의 내가 있고, 한 달 전에 상상못한 오늘의 내가 있고, 일년 전에 상상 못한 오늘의 내가 있다. 순간에 대해 조금만 더 절실해지면 나의 새로운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내가 표현에 절실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랑해라는 말을 쉽게 믿지못하고, 듣지못하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자체에 대해서는 각자의 정의가 다르겠지만, 사랑해라는 말을 듣자마자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것만 같아서 조바심이 난다.
말 뿐만이 아닌 눈빛으로, 행동으로, 말투로, 온 몸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고, 표현 받고 싶다. 표현에 대해 조금만 더 절실해지면 마음이 더 생생해진다.
-Hee
그녀가 헤어지자는 이별을 처음으로 선언하였던 날. 서로는 알 수 없는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서로가 정말 잘 사랑했던 것인지, 이별이란 게 이런 것인지, 그런 것들은 잘 모르는, 무엇인지 서툰 연인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아픔으로 눈물만 흐를 뿐이었다.
말 없이 홀로 집으로 돌아가버리는 그녀를 그이는 또 서툰 감정으로, 그녀가 바라는 건 무엇이든 받아들이겠다면서도, 단지 그녀가 잘 돌아가는 것일까, 그런 알 수 없는 마음으로 그녀를 뒤따랐다.
그리고 지하철 안에서 다시 마주친 연인.
그녀는 그이의 얼굴을 한번쯤 그윽이 바라보았고 곧이어 울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은 표정이 되었고 곧이어 그녀는 그이에게..
그녀는 말 없이 그의 품에 안겨,
그는 말 없이 그녀를 품에 안고,
그녀 "우리 이렇게 헤어져?"
그이 "아니"
그렇게 이별에 서툰 사람.
그렇게 서로에게 절실한 연인.
그런 서툰 사랑.
-Cheol
1.
영업을 재개한 동물병원은 아침부터 손님이 많았다. 정오가 다 되어 도착한 나는 순번이 한참 밀려 앉을 자리도 없이 선 채로 오래 기다려야 했다. 불안한 개들은 끊임없이 짖었고 고양이는 숨을 곳을 찾아 숨어들었다. 초조한 사람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차례가 돌아오기만 기다렸다. 연휴 동안 다치고 아픈 반려동물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무거운 분위기가 나를 계속 추궁하는 듯했다. 너는 고양이를 소품처럼 생각하고 있지 않느냐고. 고양이를 위해 네 이기적인 삶을 조금 덜어줄 수 있겠냐고.
2
어느새 절실함은 또다시 슬픔을 암시한 채 내리막길을 내달린다. 사소한 것들을 사소하게 두지 못한 탓이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 반복적인 리듬을 만드는 것, 그래서 좋아하는 것들을 변함없이 좋아할 수 있는 것. 그런 일들은 돈을 벌고 밥을 먹는 일을 멈추지 못할 만큼 사소했고 그럼에도 늘 무엇보다 내게서 절실한 일들이며 간단히 내 삶을 절름거리게 만든다.
-Ho
2017년 10월 8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