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아흔 일곱 번째 주제
어느날 문득 일어난 일들인 것이다.
매일 늦잠을 자던 습관도
조금밖에 먹지 않던 짧은 입맛들도
전부 너로 인해 바뀌는 일들이었다.
네가 보고싶다는 감정은
매일의 욕심이 되고,
게으른 나는
너의 집앞을 매일 서성이곤 했다.
특별한 누군가에서
완벽히 보통의 누군가가 되는 과정은
서서히 아무렇지않게 잦아든다.
나는 이것을 사랑이라 불렀고
너는 이것을 이별이라 말했다.
-Ram
1.
추석때 할아버지가 계신 호국원에 갔다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엄마가 그랬다.
죽어서 비석 앞에, 사진 앞에, 묘지 앞에 예쁜 꽃 놔주고, 좋은 음식 놔주면 뭐하냐고.
살아있을때 잘해야 효도라고.
사실 이 말은 작은엄마가 할아버지 사진 앞에 나름 정성들여 송편과 사과를 놓는 것을 보고,
괜히 속상해져서 한 얘기다.
할아버지가 살아계실때 할아버지에게 돈만 바란 작은엄마를 엄마는 싫어했다.
할아버지는 엄마를 불러 쟤는 내게 돈만 밝힌다고 할 정도로,
할아버지와 엄마는 서로를 각별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하긴. 거의 10년을 엄마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으니. 각별할 만도.
엄마가 던진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도, 현재의 시간의 소중함도,
잊고 살 때가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나 뿐만 아니라, 대게 그런게지.
지나가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 줄 깨닫는 드라마 내용이 수두룩하고,
지나가면 그 시간이 값지다는 글들이 수두룩하고.
지나가면 어떤 말이든, 행동이든 전부 소용이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 슬프기에,
지금에 가능한 더 집중해보고 싶다.
2.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들어서 익숙해진 느낌이 든다.
3.
신경쓰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
그래도 난 여전히 신경쓰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다.
4
꿈만 같은 일상들이 지나가고 있다.
건강하면서 즐거운 날들.
돌아보면 아름다운 시간들이 되어있길.
-Hee
너무도 일상으로 복귀하기가 싫었다. 나에게 주어진만큼 최대한 다 쉬고 싶었다. 그렇게 쉬는게 편하고 좋기는 한데, 쉬는 것도 적당히 쉬어야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남들보다 조금 미리 복귀하는게 더 자신있는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상으로 복귀한지 한시간만에 다시금 느꼈다. 인간이란게 참 간사한게 막상 복귀하고 보니 지나간 시간을 다시 끌어다 쓰고 싶었다. 왜그리 쉬었을까 하는 마음이 이렇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를수가 있다. 하물며 미래의 나는 얼마나 이 젊은 날의 간절했던 맘들을 잊고 살아갈까?
소설이나 게임 또는 드라마에서 우리는 무엇인가 현실이 주지 못하는 감동과 감정들을 느낀다. 어른스러운 것이란 무엇일까? 어른이 되면 이런 환상과 감정들 없이 현실에 목메어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이런 것들에 여전히 갈증을 느끼는 나는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 것일까?
일상으로 돌아와보면 사실 현실을 위해서는 다 쓸데없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점점 더 현실을 더 중요시하는 삶을 살게되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콕 찝어 말할수는 없지만 그런 컨텐츠들이 일상에 지친 나를 자극하고 어루만져준다. 현실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더욱 풍부한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아무리 설명하려고 해보아도 여전히 명료하게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들을 여기 담아 이곳에 남겨본다.
-Cheol
내가, 혹은 우리가 될 먼 미래의 하루를 계속해서 그리면 언제 이랬을까 싶을 만큼 오늘과 오늘이 무사히 떠나간다. 두 손으로 너를 꼭 붙잡고 병든 너의 우울을 내가 갖고서야 내일도 오늘이 될 수 있겠지만 음울한 상상을 않고 오늘을 떠나보낼 수 있다는 것이 사실 꽤 기특한 일이라 생각했다. 두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모자란 손으로 놓친 것들은 많다. 그래서 오늘은 단순해지고 내일은 점점 더 보잘 것 없어지고. 슬프지만 꽤 아름다운 하루하루는 언제까지 연속될까.
-Ho
2017년 10월 15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