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선택"

도란도란 프로젝트 - 백 아흔 아홉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삶은 나를 그대로 걷게 두지 않아서

자꾸만 밀어낸다

평탄한줄 알았던 그 길이

천길 아래 낭떠러지 였고

가슴을 좀먹는 사람을

힘겹게 비껴가도록 밀어낸다


내 삶은 나의 것이면서도

마치 저절로 살아지는 것 마냥

존재하고도 존재하지않는다


길은 닦는 절대자는

어떤 이름으로 나의 등을 떠미는지,

알고 보면 풀꽃같이

나약한 나의 선택이여.



-Ram


1.

예전부터 내 삶과 늘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그 사람으로 인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해주는,

나도 인해 그 사람이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해주는,

그냥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2.

매일이 선택의 순간이고

날이 가면 갈수록 외면하고 싶지만 선택의 무게는 늘어난다.


3.

사실 지금에서야 하는 이야기지만,

감상에 젖은 말 한 마디 내게 던지지 않는 널 보며,

마음 속이 꽉 막힌 기분이였어.

너무나 사무적인 너의 모습에,

자존감이 사라질까봐 나조차 입을 다물었고,

지금 너는 어떤 감정이 드는지,

물어볼 수 조차 없었어.

감정공유에 서툴렀던 우리는,

서로를 이해한다고 머릿 속으로 생각은 하지만

결국 그만큼의 무시못할 마음의 간격이 벌어졌을지도 몰라.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늘 감정에 목말라있었고,

너는 이런 날 아는지 모르는지, 혹여나 모두 너의 잘못으로 단정지어 탓할까봐,

내 마음을 외면하기 급급했어.

때론 지치고 바쁜 하루하루에 늘 사랑을 속삭일 수는 없지만,

그럴때에도 서로에게 마음을 기대고, 헤아려 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랑을 하고 싶었어.


4.

좋아한다고, 보고싶다고, 행복하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관계와 나는 멀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가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5.

나는 내가 훗날 상처받는 게 싫어서,

그 상처를 견딜 수가 없을 것만 같아서,

항상 최악을 생각했고,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수없이 되뇌이며

최악의 순간이 막상 닥쳐와도 이미 그 상황에 무뎌져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항상 내 안에 공존해왔는데,

최악을 생각하기 싫은 순간들이 마구 밀려온다.



-Hee


인공지능 모델이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일을 할 때였다. 모델이 데이터를 학습하고 결과를 산출하는 데모를 팀메이트들이 진행했고, 그 학습사례가 바로 타이타닉 사건이었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탑승자 명단의 인적사항을 기반으로 각 탐승자의 생존여부를 예측하는 모델이었다. 결과는 모델이 예측한 생존자와 실제 생존자의 일치율이 약 70% 수준이었다. 복합적인 근거들이 결합되어 나온 결론이겠지만 그 일치율이 무려 70% 가까이나 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모델의 수준이 더 높아지면 일치율도 더 높아질까? 그럼 우리는 이미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시점에 사건발생 후의 결과가 약 70% 정도는 정해져있는 것일까? 물론 남은 30%의 변수를 개인이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게 희망적이긴하지만 어쨋든 큰 그림에서의 미래는 정해져있는 것일까? 갑자기 운칠기삼이라는 사자성어도 생각난다.


이러한 내용들을 생각하더라도 여전히 미래에 대한 선택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미래가 결정되어 있다고 한들 그것은 결국 각자의 과거와 현재에 기반을 두고있기도하니까. 내가 구성하는 현재를 내맘이 향하는대로 알뜰살뜰 꾸려나가면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을 미래에 조우하게 되는날도 오지 않을까? 물론 내가 바라는 미래의 나의 모습은 현재시점에서는 알지못하더라도 말이다.



-Cheol


사는 일이 오롯한 내 선택의 결과인가. 늘 선택은 나의 몫이었지만 어쩐지 분한 기분에 시큰거린다. 나는 스스로 선택했지만, 또한 경계조차 가늠할 수 없는 시절의 역학에 끌려 선택을 강요받지 않았나. 할아버지의 그늘이 드리운 호시절 속의 내가 나를 지켜냈듯, 스무 살 이후의 영현과 내가 스스로를 진창으로 밀어버렸듯이. 말하자면 내 삶은 바람에 밀려 쉴 새 없이 들이치는 파도처럼 수동적이면서도 대단히 능동적인 선택의 삶이 아닌가. 바람은 시리고 파도는 모든 걸 쓸어갔고 또 새롭게 나를 이끌 여지를 끝없이 남긴다. 선택은 다시 나만의 몫이 되어버렸고.



-Ho


2017년 10월 29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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