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열 여섯 번째 주제
1. "젊음 혹은 청춘 그 중간즈음"
- 나는 많은 것을 잃었던 젊음이
괜스레 점점 더 그리워져만 갔다.
친구도, 어리숙했던 사랑도,
그리고 밤을 지새우던 체력도.
모두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때마다
더 많은 것을 잃어볼 걸-
하는 후회를 할 때마다.
나는 계속 그리워만 했다.
그 때엔 누구나 나를 붙잡고 얘기했다.
이 순간이 영원하지 않노라,
더 열심히 살아가라고.
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그때의 젊은 나는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버거웠고
나는 또다시 그런 젊은 나를 이제야 그리워하며
버둥대는 꼴인 것을.
그럼에도 나는 계속 나인 것을.
2. "좋아했던 순간"
- 너를 사랑했는지도 모르지.
좋아하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여전히 어리숙한 나에게
그 때가 가장 뜨거운 사랑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지.
종종 하늘이 핑크빛으로 물드는 날이면
네 생각이 난다.
그리웁거나 보고픈 감정이 아니라
그냥 글자 그대로 생각이 난다.
나에게 핑크색 하늘이 있다는 것을
너를 통해 알았으니까.
그 뿐인 것이다.
-Ram
1.
기초대사량을 한 번 낮아지게 내버려 두면 다시 끌어올리기 어려운 것.
요즘 운동을 도통 안(못)해서 뭔가 기초대사량이 낮아질 것만 같아서 오늘도 걸었다.
내일도 걷고, 모레도 걸어야지.
귀여운 동생이 함께 걸어줘서 나름 재미있다.
조만간 다시 말레이시아에 가면 운동을 시작해야지.
제일 먼저 트로피카나 공원에 가서 러닝을 할 예정이다.
지난번에 가려다가 여러 가지가 겹쳐서 못 간 게 아쉬워서 자꾸 생각난다.
나도 그 공원에서 뛸 테다!
가기 전에 메모장에 러닝 가방 써놔야지.
그리고 콘도에 수영장이 항상 열려있다! 곁들여 수영도 같이 해야지.
2.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마치 역사 속에만 나올 것만 같은)사람이 돌아왔고,
그와 함께 추억들도 쏟아져 돌아왔다.
마음 놓고 추억할 수 있는 편안함도 돌아왔다.
(사실 내 추억의 어떤 부분들은 내가 기억하고 있지 않을 때가 많지만)
3.
있다가 사라진 사운드는 다시 되찾(을 수도 없고)기 힘들고, 나는 새로운 적막에 적응해야 한다.
-Hee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이 종종 들곤 했다.
서른을 넘어서고 나서 서른하나, 서른둘, 서른셋, 그리고 서른넷이 되었을 때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는 크게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은 덤덤하게 계속 지나쳐갔다.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스물여덟 아홉 그 무렵이었을 텐데 한 해 한 해를 넘기다 보니 벌써 5년이 지났다.
매 순간이 벅찰 정도로 애써왔기에 돌아가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무엇을 이루어서라기보단 어수룩하고 정돈되지 않았던 5년 전 그 시절의 고초를 다시 겪는다는 게 무서웠다. '결혼은 안 하니' '여자친구는 있니' 하는 이야기들은 일상이 되었고, '어쩌면 결혼은 안 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라고 고부갈등에 시달려본 지인의 덕담도 들려오기 시작했다.
한 푼, 두 푼 모아 한겨울 외풍 걱정 안 할만한 전셋집을 구한 건 어디 딱히 자랑할 것도 아니었다.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로맨스가 나에게 찾아오진 않을까 하는 기대는 없었다. 그저 몸담은 회사에서 내가 해내야 하는 일들을 '잘' 해내기도 벅찰 뿐이었고, 회사일밖에 생각안하는 나에게 '너는 너무 딴생각이 많아서 그래'라고 덕담해주는 직장상사의 막말만으로도 충분히 로맨틱했다.
돌아오지 않는 것.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청춘의 시간이 지난다.
-Cheol
목에 종양이 생겨 조직 검사를 하고 나서 결과를 기다리는 아빠는 초조해 보였다. 불안에 떠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으셨는지 겉으로 티 내지 않으려 애쓰는 것 같았지만 혼자 계신 방 안에서 들려온 울음소리를 잊지 못한다. 이제야 좀 먹고 살만 해졌는데… 끝을 맺지 못한 말이 더없이 쓸쓸하게 들렸었다. 다행히 양성 판정을 받은 종양을 간단한 수술로 떼어 내며 해프닝은 일단락됐고 그 뒤부터 아빠는 덕을 많이 쌓으라는 부처 같은 말을 아무 데나 가져다 붙인다. 스님 여럿을 친구로 둔 불교 신자 셔서 그런지 평소에도 카르마, 업보에 관한 말을 지루하게 잘 늘어놓으셨는데 그 믿음이 조금 더 단단해진 것 같았다. 아빠는 전생에 덕을 많이 쌓아 뒀기 때문에 종양이 양성 판정을 받게 된 것이라 믿는 것일까.
달리 보면 덕을 그리 많이 쌓아두지는 않았기 때문에 종양이 생긴 것이 아닌가. 기뻐하는 아빠에게 할 말이 아닌 것 같아 다시 삼킨 생각이 얼마 전에는 내게 찾아왔다. 무릎이 아파 병원에 입원했을 때 나는 전생에 저질렀던 잘못에 대해 생각했다. 몸을 잘못 굴린 습관이 나의 업보라면 업보지, 무슨 전생까지 떠올려야 할 일인가 싶어 금세 그만뒀지만 말이다. 이미 일어나버린 일. 무릎 같은 관절은 아무래도 전처럼 좋아지기는 어렵다는 의사의 말. 사는 일은 철마다 돌아오는 기러기도 아니고 던지면 되돌아오는 부메랑도 아니었다. 퇴원하고 나서 나는 그냥 지금처럼 내키는 대로 살기로 했다. 준 것이 있으면 받는 것이 있다는 믿음은 욕심 같고, 그렇다고 받을 게 없으니 줄 것도 없다는 생각은 참 별로인 것 같아서 차라리 조금 모자란 사람처럼 계산 없이 속 편히 지내고 싶다.
-Ho
2020년 1월 26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