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마음"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이십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몇 년 전,

그 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사실 내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다고

미안했다고,


사실 가장 사랑하고

제일 좋아하는 당신이라고

얘기해주고 싶어.


부끄럽다 여겨서

상처주어 미안해.


나를 아끼느라 했던 선택을

바보같이 내가

비수로 만들어 꽂은 날.


당신이 생전 입에 대지 않던

술을 홀로 따르고


묵묵히 마음으로 울던 날.


나 사실은 그래도

당신이 좋다고,

내가 당신의 자랑이어서 행복하다고,


여전히 나는 계속

좋아한다고

그런 말을 해서 미안하다고,

내 진심은 그게 아니었다고.


내가 뱉은 그 말을 모두 지우고

그냥 고생했다고

다독여달라고 어리광부리고 싶어.


내가 너무 커버려서

미안해.


시간이 너무 지나버려서 미안해.


미안하다고 이야기해서

더 미안해.


언제나 계속 내 편이어서

고맙고 고마워.

아빠.



-Ram


1.

처음으로 말레이시아에 있는 한국인(이 운영하고, 한국인 디자이너가 있고, 한인타운에 있는) 미용실을 갔었어.

예약한 디자이너에게 어떤 식으로 머리를 하고 싶다 등 원하는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

그런데 옆에 디자이너가 오더니 그 둘이, 바로 내 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뭐한대? / 염색한대. / 무슨색? 탈색? / 응. 근데 염색한지 1년도 안됐대' 이런식의 대화를 나누는거야.

바로 사람이 다 듣고 있는데 말이야.

여기 현지 로컬 사람들이 머리할 때, 바로 옆에서 한국말로 저런식으로 말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

그게 고스란히 습관이 되서 한국사람이 오더라도 여전히 저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

너무 무례하고 불편했어.

한인 커뮤니티에선가, 한국사람들이 이곳 로컬 직원들을 고용할 때, 되게 하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여긴 안봐도 뻔해. 처음으로 한국인들이 너무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저렇게 변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더라.


2.

진짜 아이러니하게도,

네가 나한테 꽃다발을 건넬 때,

속으로 제발 그 말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외쳤다.

그 마음이 통했는지 어쨌는지,

너는 그 말을 하지 않았고,

난 안도했다.

아마 그게 한 달 전 쯤이 였으면,

내 속마음이 달랐을텐데.

내가봐도 야속한 마음이지만,

그땐 그랬어.

사실이 그랬는걸.


3.

속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

마음 속에 있는 생각들을 꺼내서 표현하는 것도 능력인가봐.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끝내 상대방에게 전하지 못한다면

좋아하는 마음들이 너무 외롭잖아.



-Hee


말하지 않으면 몰랐던 속마음

말하지 않아도 느껴졌던 속마음

때로는 말할 수 없던 내 속마음


표현이란게 참 어려워 다 전하지 못한 속마음

그럼에도 우리 마음속에 존재했던 그 속마음



-Cheol


1.

태준이 동탄에 아파트를 샀다는 말을 할 때 이제야 신혼집을 구했냐며 축하했었지만 속은 그렇게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은식이 예천에 집을 샀다고 했을 때는 그래, 시골이니까 그럴 수 있겠다 생각하고 말았는데 동탄은 지금 나로서는 꿈도 못 꿀만큼 비싼 동네가 아닌가. 일만 하며 보낸 이십 대를 후회하고 싶지는 않다는 명목으로 내가 원하던 것들, 하고 싶었던 일들을 거의 모두 사고 했으면서 이제 와 돈을 모으지 않았다는 것을 후회하면 안 되고,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지만 태준을 시샘했다. 나도 태준처럼 퇴근하면 공만 차고 주말에는 집에서 쉬는 삶을 살았더라면 동탄에 집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속으로 가슴을 쳤다. 그래도 좋은 경험을 많이 했으니까 괜찮다는 합리화로도 나에 대한 실망이 쉽게 가시질 않는다. 살기 위해 돈은 늘 필요하고 번 돈을 모으지 않고 써버렸으면 그만큼 더 오래 일해야 한다는 걸 왜 몰랐을까.


2.

퇴근을 하고 집으로 가기 전에 본가에 들려 저녁을 먹었어요. 어쩐 일인지 집에 아빠는 계신데 엄마가 보이질 않더라고요. 여쭤보니 엄마의 손목 뼈가 골절돼 오늘 수술을 하고 병원에 입원해 계신다고 하더군요. 간단히 밥을 먹고 다시 집에 가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를 했어요.


어. 엄마. 이제 퇴근했지. 어디야?

집이지, 어디긴 어디야.

거짓말은. 죽을 병도 아닌데 입원이 뭐 별일이라고 숨겨.

별일이 아니니까 그러지. 죽을 병도 아닌데 뭐 하러 말해서 걱정을 시켜.


엄마는 전에도 그랬었죠. 암에 걸려 수술을 하기 위해 입원해 있던 때도 잠깐 여행을 가느라 집에 없다며 기숙사에서 몇 달 만에 집에 온 내게 거짓말을 했었어요. 몇 년 전에 무릎을 다쳐 수술을 했다는 말도 최근에야 알게 됐어요. 부모님들은 다 그런가 싶으면서도 조금 서운한 마음이 없진 않더라고요. 복잡했어요. 고마워해야 하는지, 나를 못난 자식으로 만들기로 작정한 것이냐며 화를 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고 해도 해줄 수 있는 게 하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말렸어요. 가진 게 쥐뿔도 없으면서 생각하는 건 지랄맞다고요. 처량하다고요.



-Ho


2020년 2월 23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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