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스물 한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잠을 뒤척일 때에

가만히 이마를 짚는 투박한 손.


눈을 애써 뜨지 않아도

엄마손인 걸 안다.


마디마디 마다

부르트고 두꺼워져서

손마디가 나를 다치게 하진 않을까

온전히 나를 쓰다듬지 못하고


아련히 닿는 손.


이마와 앞머리를 연신 쓸어올리면서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랑해도

온전히 닿지 않기 위한 마음.


그런 따뜻하고 어렴풋한 온도.



-Ram


1.

감정,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처음에 불꽃튀는 사이였어도, 의도하지 않았던 의도된 연기들은 금새 사그라들기도 하니까.

결국 성격과 성향이 얼마나 맞냐의 차이가 사랑의 온도를 대변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세상에는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마음가지고는 안되는 게 사랑인 사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사랑의 온도가 꾸준하게 유지되려면 서로에 대한 고찰도 필요한 법이다.

있는 그대로의 인정과 수많은 욕심 사이에서의 선을 잘 타는게 중요하다.


2.

누군가가 사랑의 온도라는 말이 사랑을 정말 잘 표현한 말인 것 같다고 했다.

나는 그런것같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지만,

속으론 사랑과 온도의 의미를 결부시켜 생각해봤다는 자체가 귀여워보였다.

막 진짜 귀엽게 생겨서 귀엽다고 하는 그런 귀여움보다,

마치 할아버지가 아주 작은 요크셔테리어랑 같이 산책하는 그런 귀여움.

그런 귀여움이다.


3.

좋아했을 땐 이기고 싶었는데,

사랑하니까 이김까지 주고 싶다는 마음이래.

나 그냥 웃었는데 왜 자꾸 머릿속에 맴돌지.

그냥 조크같은데.


4.

이번엔 내가 좀 다르고 싶었다.

툭하고 내뱉은 내 말에, 기분이 상해서 표정관리가 힘들어진 널 보면서,

내가 달라져야지 싶어서 미안하다고 용기내서 사과했다.

사실 누가보면 용기낸 것도 웃기지만, 예전엔 그런것도 잘 못했었어.

이런 것 또한 서로에 대한 하나의 인터렉션이 아니겠나 싶어서.

좋지 않은 감정에서 사과하는 것도 해봐야 할 것 같아서.

아니면 영영 못할 것 같아서. 그래서.

그 후, 툭하고 내뱉은 네 말에, 내가 기분이 상해서 표정관리조차 못했다.

사실 오래전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다지.

내 기분을 풀어주지 않은 너에게, 끝내 서운하다고 말하면, 우린 한 번도 좋게 풀어진 적이 없었었지.

결국 또 반복되나 싶기도 하고, 또 반복되면 어쩌지 싶기도 하고.

서운한 티 대놓고 팍팍 내면서도, 만약에 마음속으로는 쫄아서 미안하다고 안하면 어쩌지, 했는데.

하지만 이제 너는 내게 미안하다고 한다. 나는 속으론 엄청 좋아했다지, 아마.

이제는 못 넘을 산이 없을 것만 같다.



-Hee


사랑이란 감정은 무엇일까 사랑에도 높낮이가 있을 수 있을까? 어느때에는 뜨거웠다가 어느때에는 차가웠다가 그런 일이 가능할까?


사랑이란 감정은 너무도 천진난만하고 너무나 순수해서 그저 푹 빠져버리고마는 그런 감정일것만 같은데.. 우리는 그저 하루하루를 견디고 오롯이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아끼는 법을 익혀갈 뿐인것 같은데


그저 대상에 대한 감탄

너에 대한 경탄

존재에 대한 감사


마치 그런게 아닐까?


어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차디찬 얼음물 속에서도 뜨겁게 불타 그 마음이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해지길..


타이타닉 중..


Jack : [to Ruth and other guests dining at their table] Well, yes, ma'am, I do... I mean, I got everything I need right here with me. I got air in my lungs, a few blank sheets of paper. I mean, I love waking up in the morning not knowing what's gonna happen or, who I'm gonna meet, where I'm gonna wind up. Just the other night I was sleeping under a bridge and now here I am on the grandest ship in the world having champagne with you fine people. I figure life's a gift and I don't intend on wasting it. You don't know what hand you're gonna get dealt next. You learn to take life as it comes at you... to make each day count.


Molly Brown : Well said, Jack.


Rose : [thinking both of them will die soon] I love you, Jack.


Jack : Don't you do that, don't say your good-byes. Not yet, do you understand me?


Rose : I'm so cold.


Jack : Listen, Rose. You're gonna get out of here, you're gonna go on and you're gonna make lots of babies, and you're gonna watch them grow. You're gonna die an old... an old lady warm in her bed, not here, not this night. Not like this, do you understand me?


Rose : I can't feel my body.


Jack : Winning that ticket, Rose, was the best thing that ever happened to me... it brought me to you. And I'm thankful for that, Rose. I'm thankful. You must do me this honor. Promise me you'll survive. That you won't give up, no matter what happens, no matter how hopeless. Promise me now, Rose, and never let go of that promise.


Rose : I promise.


Jack : Never let go.


Rose : I'll never let go, Jack. I'll never let go. I promise.



-Cheol


이제는 사용할 일이 없는 공구들을 중고로 판매하며 배송을 위해 물건을 포장하고 우체국에 들려 배송지 주소를 적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전대리. 이 사람도 에버랜드 아래에 사는구나. 민영에게 그곳은 마침내 돌아가야 할 지겨운 지옥이었는데. 이제는 좀 다른지, 잘 지내는지 몰라.


민영과 안부를 물을만큼 좋게 끝난 관계는 아니었고 잘 지내는지 못 지내는지 알 도리도 없었다. 궁금할 이유도 없지 뭐. 하지만 배송을 끝내고 집으로 걸어가는 내내 혼자 내뱉은 말과 달리 그녀를 생각했다. 괜히 이미 몇 년 전에 업데이트가 멈춘 sns를 검색하기도 했다. 마침내는 그녀가 예전 그대로, 우울함과 절망에 쌓여 있을 때 더 친숙함과 편안함을 느끼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었다.


희미하게 남은 감정이 점점 식어가다가 이제는 시리게 얼어버려 그녀가 지옥에 그대로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내 빈자리와 흔적을 느끼며 더 슬퍼하기를 바랐다. 잠시 머문 안정이 없어진 뒤 더 좌절하기를 원했다. 집 가기 전에 얼어버린 개울가 옆에 서서 담배 한 개비를 몰래 태운 뒤 사탕을 건네주던 내가 없다는 것을 언제까지고 안타까워하는 그녀의 표정을 생각했다.


생각은 지겹도록 끊어질 줄을 몰랐다. 자주 들렸던 카페와 음식점. 가출한 고양이를 찾기 위해 돌아다녔던 골목골목. 한겨울 전대리의 모습. 그녀와 그녀의 주변을 자꾸만 생각했다. 호암미술관에 벚꽃 구경까지 다녀왔으면서도 그 동네를 생각하면 겨울의 모습만 떠오른다. 잎사귀가 다 떨어진 가로수들로 삭막해 보이는 길거리. 바로 옆 놀이공원의 밝은 분위기와 민영의 삶이 동네를 더그렇게 만들었다. 막 지어지고 있던 라마다 호텔 앞 골목에 서서 같이 담배를 피우던 모습을 마지막으로 떠올렸다. 헤어지는 게아쉬워 마지막으로 담배를 한 개비 더 피우고 가자며 멈춰 선 골목에 덜덜 떨면서도 한참을 서 있던 기억.


그리웠다. 그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토록 좋아했던 사람이 쉽게 잊힐 수는 없는 법이니까. 나는 늘 그녀에게로 흘러가고있었는지도 모른다. 강물처럼 얼어버린 감정 깊은 곳에서 사랑은 시리게 차가운 채로 멈추지 않고 여전히 흐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헤어진 연인을 생각하며 더욱 좌절하고 슬퍼하는 모습이 내 모습인 지도 모르고서.



-Ho


2020년 3월 1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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