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증"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스물 세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이것은 본디 나의 흔적은 아니었다.

너의 것도 더더욱 아니었으며


우리 중 누군가의 자취도 아니었다.


닿으면 곧바로 부서질 것만 같은

마음을 움켜잡고

나는 그 모습을 눈에 가득 담았다.


무어라고 말을 할까.


네 손에 잡힌 그것과

네 눈에 담긴 것과

어떤 마음들이 뒤엉켜서


나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도망치고 싶었고,

너를 떠나 울부짖던 밤을

당장에라도 바닥에 쳐박고 싶었다.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이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평생토록 너를 앓고 살겠지.


네 그림자 곁이 두려워

너를 잊지 못하면서


끝끝내 너를 닮은 누군가를 찾아서

그렇게 나는 온통 아픔으로

너를 앓으며 살아가겠지.



-Ram


1.

초등학교때는 토요미스테리, 전설의 고향 이런 프로그램을 보고 처녀귀신이 제일 무서웠고,

중학교때는 여고괴담시리즈를 본 후 귀신이 진짜 너무 무서웠는데,

이젠 부산행을 지나 킹덤(아직 시즌1에 고작 1회만 봤다)을 보고 좀비가 너무 무섭다.....

무서운 영화나 프로그램을 본 후 일상생활에서도 상상하게 되버리는 후유증이 있는데,

(부산행보고 그 당시 회사 출장때문에 KTX탈때마다 어디선가 좀비가 뛰어나오는 상상을 해놓고 무서워함)

내일부터는 이제 다시 후유증 시작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조선시대극이라 엄청 와닿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미 킹덤2까지 본 사람들은 전부 극찬했으니 꾸역꾸역 보긴 할 것이야..


2.

20대 초반에 교정을 해서 20대 중반에 끝낸 후

유지장치를 계속 했어야했다.

처음엔 열심히 했다가 중간에 하지 않았다가를 반복해서

이 사이가 조금은 벌어졌고, 다시 벌어진 치아들에 유지장치를 맞추기 위해

그 조금의 벌어진 치아의 틈 공간만큼 뜬 유지장치를 억지로 끼워 넣으려고

잘 때 이를 앙 다무는 게 버릇이 되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이제는 유지장치를 아예 하지 않게 되었는데,

잘 때 치아를 꽉 다무는 습관은 그대로 남아있다.

그걸 요즘에야 깨닫고 최대한 치아에 힘을 빼려고 하는데 어렵다.

제일 끝에 잇몸이 부은 것도 괜히 그 습관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유지장치를 역시 잘 하고 있었어야 했다(만 말레이시아엔 아예 가져오지도 않았다)


3.

후에 올 후유증이 무서워서 미련하게 시뮬레이션을 미리 그려보는 것도 수백번인데,

이것도 조금은 아닌거 같긴 해. 음. 별로야.



-Hee


하나.. 둘.. 매년

새로이 만나는 모든 것들은

설렘과 기쁨인데


그 기쁨도

잠시 부대끼다보면

우리들은 또 마찰이 생기고

서로에게 생채기를 남기고


애초에 저 먼 옛날사람이 말하길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배우긴 했는데


사실 우리 각자가 미숙하다보니

그 사회관계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다


때로는 그 상처가 깊어서

하나.. 둘.. 삶에 결이 생겨나는 것처럼

하나.. 둘.. 상처의 흔적들도 늘어가게 마련인데


상처받는게 무서워서

우리는 점점 서로에게

선뜻 용기내지 못하는게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은 아닐까



-Cheol


철우 선배와 술을 마시면서 강릉에 있었던 수해 이야기를 들었다. 백 명이 넘게 죽고 실종되고,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체험했던 그때, 선배도 죽을 뻔했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는 자신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보트 위에서 다 같이 죽기 싫으면그냥 버리고 가야 한다며 소리치던 동료의 얼굴을 다시 보기가 힘들어 전근을 왔었다고 했다.


‘차오른 빗물이 어깨 높이를 넘어가면서부터는 사람들의 기저면에 깔린 본성이 낱낱이 드러난 거야. 그 모습들을 보고 난 다음부터는 절대로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돼. 무언가가 바뀌어버리거든. 누구는 수해가 복구되고 나면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아갈 거라고 말했지만 다 허튼소리였지. 적어도 나는 끝끝내 잊지 못할 경멸스러운 얼굴 하나를 깊숙이 새겼잖아?’


그는 수해가 끝나고 피해를 복구하는 강릉의 분위기가 요즘과 다를 바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곳에는 쓰레기와 전염병, 슬퍼서눈물 흘릴 여력도 없이 쓰레기를 치워야 했던 난민들만 있었다고. 좋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코로나가 끝난다고 해도 마찬가지야. 좋은 건 어디에도 없을 거고,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은 분명 생긴다고.’


나는 코로나로 얻게 될 변화가 무엇일지 생각했다. 신종플루와 메르스 때는 생각해본 적 없었던 후유증이 무엇인지. 그렇지만 명확히 말할 수 있는 것을 단 하나도 떠올릴 수 없었다. 다만 사람만 병드는 게 아니라 사회도, 세계도 병이 든다는 사실만을 의식 위로 떠올렸다.



-Ho


2020년 3월 15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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