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스물 일곱 번째 주제
저 사람에게 대체 무슨 매력이 있길래,
저렇게 놓지 못하고
바보같은 짓을 할까.
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나 끌림은
단순한 '매력'만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으니까.
누군가를 좋아한다거나
그리워한다는 감정은
놓칠 수 없고
욕심낼 수 밖에 없다는 것과 대동소이 할 것 같다.
사실 누군가와의 인연은
아무것도 아닌 99가지 중
단 1가지의 연결을 찾아내는 시점부터 시작된다.
그 때부터 나머지 99가지는
그 사람만이 가진 매력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너무나 위험한 일인 것이다.
그렇게 아주 작은 접점부터 시작한 시간들이
돌이킬 수 없을 때에
당신 전부를
매력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야만 내가 당신을 떼어놓고
일상을 살아갈 수 있으니까.
내 삶이 아니라,
그냥 단순한 매력적인 누군가로 기억하고 싶어서
내 전부가 아니라,
어떤 대단한 사람으로만 기억하고 싶어서.
그 정도까지만 내어주고 싶었는지 모르지.
-Ram
1.
요즘 양배추가 항상 냉장고에 있어.
양배추로 할 수 있는 요리라곤
(요리라고 하기도 조금 뭐한) 양배추 찜이였는데,
요즘 하나가 더 생겼거든.
우연히 유튜브 어느 채널에서 본건데,
요리를 쉽게쉽게 하는 것 같은 거야.
그 사람이 하루는 양배추 덮밥을 만들더라고.
근데 일단 재료가 정말 몇 개 안되고,
심지어 집에 다 있을 법한 재료들이고,
되게 쉬워보이는거 있지.
그래서 도전해봤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쉬운 요리(거의 조리수준)인데
나 요리 초보라 처음 만들 때는 유튜브 영상을 아예 켜두고
재료 손질부터 하나씩 하나씩 따라했지.
일단 영상보고 멈추고, 그대로 따라하고, 또 영상보고 멈춘 후, 또 따라하고.
그러다보니 뭔가 그럴싸한 양배추덮밥이 되더라.
이제는 영상없이도 할 수 있어.
나름 내가 좋아하는 재료들을 더 넣고 응용도 가능하고.
양배추가 위에 좋은 채소인 줄도 이번에 알았어.
다이어트 식품이라고도 많이 하더라고.
락다운 때문에 어디 나가지도 못하는데,
다이어트하기엔 딱 좋은 요리인 것 같아서 자주 해먹어.
그리고 남은 양배추는 다시 쪄서 쌈장에 찍어먹기도 해!
양배추 쌈은 언제 먹어도 맛있는 것 같아.
고기랑 같이 먹어도 좋고, 그냥 밥에 먹어도 좋고.
양배추는 여러모로 매력있어.
근데 양배추,... 즙은 다들 꺼려하더라...
거기까진 도전 안해보려고..
2.
누군 여기서 디테일이 떨어지고,
누군 저기서 디테일이 뛰어나고.
각자 다 다른 매력이 있어버린거지.
3.
더이상 받아들일 여유가 없는 것과
더이상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의 차이는?
관성인 줄 알면서도 그걸 너무 쉽게 인정해버리면 조금 슬프고 재미없잖아.
4.
사람의 그대로를 전부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바람에
노력이 헛수고가 되진 않았다.
-Hee
과하지도 않게 부족하지도 않게
옷매무새가 정돈돼 있는 것
머리칼은 말끔히 정리되고
은은한 향기가 머무는 것
주장하기 보다는
귀담아 들어주는 것
이끌땐 애써 힘쓰고
너무 급하지 않게 발맞추는 것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되
하고픈 말은 따져보고 넘어가는 것
-Cheol
1.
매운맛의 매력에 뒤늦게 눈을 떴고 불닭볶음면이라는 증오의 맛을 사랑하게 됐다. 어릴 때 한참 유행했던 핵폭탄 맛 꼬지를 사 먹고 나서 수돗물에 혀를 씻으며 겨우 달랬던 통증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드는 매운맛이었다. 국물 닭발이라든지 떡볶이라든지, 정당하게 매운맛으로 승부를 하는 음식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캡사이신의 가볍고도 하찮음 매움. 양아치와 다를 바 없는 매움. 이런 게 대체 어떻게 잘 팔려서 수많은 시리즈를 양산하게 됐을까 늘 의문이었다. 그리고 그 시리즈를 모조리 사와 한 번씩 먹어보며 자연스럽게 의문은 해결됐다. 땀까지 흘려가며 힘겹게 먹어 접시의 바닥을 드러내는 과정은 등산과도 다를 바 없이 느껴졌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은 희열 그 자체다. 이제는 매운맛 레벨을 높이는 데 열중하고 있다. 한신포차 국물 닭발을 먹고 며칠은 앓아누웠던 위장이 이제는 점점 더 매운맛을 기다리는 중이다.
2.
출퇴근 길에 구포다리를 건너며 보던 유채꽃밭을 트랙터로 밀어버리는 걸 보고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유난히 이맘때면 주차장에 차가 가득 들어찰 만큼 사람이 붐비는 공원의 자랑거리가 무참하게도 헤집어졌다. 코로나 탓이 아니라 거리두기를 무시하고 모여든 사람들 탓이었다. 일 년을 기다려 피어난 꽃이 그리 오랜 시간을 피어있는 것도 아닌데 그마저도 인간의 죗값을 대신 지고 잘려나갔다.
부모님이 오래도록 꽃집을 운영하셨고 나는 줄곧 그 작은 정원에서 자랐다. 그럼에도 꽃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었다. 꽃을 보며 느끼는 감정이라곤 곧 시들어 쓰레기통에 버려질 것이라는 아쉬움뿐이었다. 비싸고 쓸모라곤 없는 것. 꽃과 함께 전해지는 축하처럼 아주 잠시 찬란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잊혀버리는 것. 꽃을 좋아하는 일은 감정을 낭비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꽃밭이 헤집어지던 금요일에는 안타까운 마음에 아직 잘려나가지 않은 꽃을 한참 동안이나 집요하게 바라봤다. 생명을 다 하지도 못하고 잘려나가는 유채꽃을 보며 어쩌면 나는 꽃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애써 시선을 돌려온 것이 아니었나 생각했다.
-Ho
2020년 4월 12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