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서른 한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요 며칠간

사람들이 자꾸 내 안부를 물었다.


안색이 어둡다고,

낯빛이 좋지 않다고.


어제 오늘 변한 것은 없는데

나는 자꾸만 움츠러든다.


부끄러운 일을 하고

숨고 싶은 마음을 갖고

즐겁지 않은 하루를 보내서일까.


엄마랑 통화하면서

나는 잘 지내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내가

초라한 밤.


나는 성취감도 목표의식도 없는

하루하루를

겨우 버텨낸다.


그래도 나는,

얼굴이 어두워도

그래도 나는

꽤 잘 지내는 편이다.


라고.



-Ram


1.

인스타 프로필에 쓴 글이 너무 와닿아서

팔로우 한 배우(인줄 사실 몰랐다)가 있다.

그 프로필에는

'완벽한 계획은 필요없어.해 지금.'라고 적혀있었다.


2.

평소에 있던 걱정도 날려버리고도 남았을 난데,

누구한테 '걱정하는 법'을 조금은 배워버려서

요즘엔 나도모르게 걱정을 하긴 한다.

근데 항상 이렇게 걱정해봤자

해결되지도, 좋아지지도, 나아지지도 않을 거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리고 내가 왜 걱정을 하고 있냐며 나를 나무란다.

배우고 싶지 않은 부분을 배워버려서, 잊고 있는 중이다.


3.

내 기억 어딘가에 숨어있던

그 당시 찍은 사진이 내 꿈 속에 나왔어.

심지어 네 사진도 나왔지 뭐야.

맥북 포토부스 필터 중 넙죽이처럼 나오는 필터를 이용해서 찍은 그 사진.

난 진짜 까맣게 잊고 있었거든?

근데 그 우스꽝스러운 사진이 꿈에 나왔더라.

앞으론 다신 웃으며 볼 일이 없을 너와 내가.

아무리 다시 되짚어봐도

너도 나도 서로 어떤 말을 해도 용서되지 않을 것들을

잔뜩 늘어놓은 주제에 말야.


4.

솔직히 잘 못지낼(길 바랬을지도)줄 알았어.

근데 괜한 기우였지.

어쩌면 나보다 더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더라고.

평소 좋아하지도 않던 카페도 자주 가질 않나,

커피와 디저트 같은 건 또 뭐람.

괜한 걱정하던 내가 다 무색해지더라고.



-Hee


서른이 조금 넘었을까

젊어서부터 혈압약을 먹게되었다.

심장마비로 사망한 가족력이 있어 경각심을 갖는다.


내 힘으로는 어찌 해볼 수 없는 결과.

해결될 수 없는 불안.


시냇물 소리가 들리는 조용한 곳에 걸터앉아 차분히 마음을 비운다.


언제라도 끝일 수 있다.

그러니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언제나 후회없는 결정을 하자.


건강관리와 목표의식.

내 삶은 내가 헤쳐나가자.


그 뿐이다.



-Cheol


1.

부모님에게 언젠가 퇴사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할 거라는 말을 자주 했다. 매번 사회생활이 쉬운 줄 아냐며 나무라는 부모님과 말싸움을 하고도 꾸준히 그런 말을 했던 이유는 퇴사를 하고 싶어서도 아니고 부모님이 결정한 대로 따라왔던 내 삶이 지긋지긋해서도 아니었다. 단지 앞으로도 내 삶이 부모님의 말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을 거라고, 나는 언제든 내 삶을 내 마음대로 결정할수 있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다. 언젠가 한 번은 왜 나를 벌써부터 사회에 부적응해 실패한 사람 취급을 하냐고, 당신 아들이 그렇게도 못 미덥냐고 쏘아붙인 뒤 몇 년 동안 관계를 끊다시피 지낸 적도 있었다. 그때는 부모님에게 미안했다고, 앞으로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하라는 말을 듣고서야 다툼이 마무리됐었는데 다시 몇 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같은 일로 싸우고 있다.


2.

책상 위에 올려둔 자소서와 성적 증명서를 엄마가 발견했다. 뭐라 둘러댈까 고민하다 그냥 솔직하게 이직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엄마는 아빠와 달리 화를 내지는 않으셨다. 며칠 뒤 저녁을 같이 먹고 tv를 보는데 ‘500대 기업 실업자 1만 명’이라는 인터넷 뉴스 제목을 내가 들으라고 말씀하시긴 했지만. 뭐가 그렇게 걱정일까. 나보다도 나를 더 걱정한다는 게 지금은 그저 불편했다. 이제는 내가 나의 다음을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 왜 내게 중요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3.

불안과 실망만 주는 아들이 되는 것은 너무 끔찍한데 아무런 시도도 없이 나의 다음을 포기하고 지금에 안주하는 스스로는 더더욱 싫다.



-Ho


2020년 5월 10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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