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서른 여덟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잘라내듯 그렇게

뚝 끊어낼 수 있었으면

좋았을 일이다.


사람과 사람이 가장 무서운 이유는

든 자리, 난 자리마다

자국을 남겨서 그렇다.


지독한 관계일 수록

잘라낸 상처가 커진다.


두면 곪아지고

자르면 살점이 떼이는 고통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그렇게 발목을 붙잡는다.


베이는 손가락을 잡고도

그럼에도 놓지 못했던 것은


나는

그 마음이 아쉬워서,

어쩌면 무서워서,

혹은 그리워서

일지도 모른다.



-Ram


1.

말레이시아에 와서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무조건 입 안 어디든간에 염증이 먼저 난다.

생리 직전에도 나고,

잠이 부족할 때도 나고,

술을 자주 마셨을 때도 나고,

그냥 피곤할때도 나고.

입에 염증이 생기면 일단은

잘 먹고, 잘 자야 한다는 신호인 걸 깨닫고는

따뜻하게, 편하게 있으려고 노력하고

과일도 많이 먹고, 침대에도 일찍 눕는다.

그리고 내 화장대 가장 잘 보이는 곳에는

입 안에 바르는 연고가 놓여있다.

저 연고가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산 약이였는데

눈에 보이는 곳에 없으면 뭔가 불안하다.

다른 약들은 다 깊은 서랍 속에 놓여 있는데

저 연고만은 내가 마치 부적처럼 보기만해도 안심이 된달까.


2.

상처를 주고, 실망을 주고, 미움을 사고.

내 안에 곪아있는 순간들이 문득문득 떠올라서

가만히 회상해본다.

그 때 난 정말 어쩔 수 없었다고,

이제라도 외쳐볼까 싶어

마음이 달싹 하지만서도

가만히 묻어두어야 하는게 맞는 걸까.

그리고 이런 것들이 마음에 묻어두어야 할 것들인걸까.

시간 속에 방치해둔채로 그대로 곪아버린 그 것들은

내 마음 속에 제멋대로 흉이 되어 남아있다.



-Hee


내가 꿈꿔왔던 삶이라고 할지라도 갈증은 여전했다.


제대로된 노력들을 하고 있는것인지, 우리의 온전한 역량을 모두 이끌어내고 있는것인지 자꾸만 되물었다.


삶이란게 때때로 뜻대로 풀리는 것만은 아닌걸까? 우리는 신중했음에도 발을 헛디뎠고 그로인해 휘청이는 순간도 맞이했다.


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와중에 자세가 무너지지 않도록 버티려는 노력도 함께였지만 왠지 모르게 밀려오는 염증만큼은 진짜였다.


살다보면 스스로 힘에 부친 일들도 있고 그때에는 애써 버티어보면 때때로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하듯이..


굳게 버티어보면 시간이 해결해줄까?



-Cheol


얼마 전까지도 캠핑을 잘 한다는 말을 캠핑을 보다 자주 한다는 말로 이해했다. 캠핑은 잘 하고 말고를 따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지 즐기기만 하면 되는 일에 더 잘 하고 못 하는 게 어디 있을까. 하지만 요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캠핑은 분명 성숙하게 더 잘 하는 방법이 있다. 가장 먼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 잘 머무르다 그곳에 없었던 사람처럼 돌아가는 것. 그리고 없으면 없는 대로, 이미 가진 것들을 활용해 거리낌 없이 즐길 수 있음을 인식할 것.


캠핑을 정말 좋아하고 자주 하는 지인들에게서도 종종 안타까운 모습을 발견한다. 고기를 굽고 나온 기름을 바닥에 그냥 버린다든지, 종류별로 분리까지 해놓은 쓰레기를 집으로 되가져가지 않고 버려둔다든지 하는 미숙함. 또 장비에 대한 과한 욕심과 자랑으로 좋은 캠핑 장비가 있어야 좋은 캠핑을 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말들. 염려스러운 모습들이다. 오래 캠핑을 해온 사람들도 종종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제 캠핑을 시작하는 많은 사람들은 어떨까.


7월부터 부산항 대교 아래 공터의 차량 출입과 캠핑이 전면 금지된다. 가깝고 밤에 조명이 켜진 북항대교가 보기 좋아 종종 찾던 곳인데 이제는 그곳에 가지 못하게 됐다. 등산도 캠핑도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미성숙한 태도 때문에 다 같이 이용할 수 있던 곳에 더는 갈 수 없어지는 경우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즐기는 데에도 책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디 많은 사람들이 깨달으면 좋겠는데…



-Ho


2020년 6월 28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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