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만 봐도"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서른 일곱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그리운 사람이 있다.


눈에 담고 있지만

그리운 사람.


많은 것을 함께 즐거워 했지만

찰나의 헛헛함이

크게 느껴지는 사람.


없는 자리마다 티가 나서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


마음은 멀지않은 곳에 있어서

무엇을 먹는지,

뭘 하는지,

얼마나 즐거운지,

시시때때로 조잘대도


그래도 난 자리가 큰 사람.


내 생을 떼어 놓고

셈을 해본다면

그 사람을 빼고는

특별할 것이 없다.


그래도

바라만 보아도

힘이 되는 사람.


어디에 있어도 내 편인 사람.



-Ram


1.

종종 살다보면

바라만 봐도 귀여운 사람들을 마주치게 된다.

자꾸 귀여운 모습들을 더 보고 싶어서

그 모습이 너무 웃기고 사랑스럽고 오래 보고 싶어서

자꾸만 초등학생처럼 시비걸게 되는 그런 느낌이 드는 사람들.

영원히 귀여움을 잃지 말길-


2.

카페에 가서 커피를 시켰는데

예쁜 잔에 커피가 나오면 마시지 않아도 배불러

오늘 마침 딱 그랬거든

진짜 인생 통틀어 가장 예쁜 커피잔과 커피잔 받침이였어

차가운 라떼를 시키려고 하다가

그냥 따뜻한 라떼를 주문한 것이 천만다행이였어

내가 그 커피잔을 볼 수 있었으니 말이야


3.

말레이시아에 살면서 좋은 점은

내가 좋아하는 날씨와 풍경을 한도끝도없이 볼 수 있다는 것.

맑고 푸른 하늘, 초록초록한 잎이 잔뜩 달려있는 나무들 따위 말이야.

적어도 내겐

한국에서는 미세먼지 없는 날+하늘이 맑은 날+초록 나뭇잎을 보는 날이 무척이나 귀했거든.

그런 날엔 차 안에 있거나, 자전거를 타고 있었던 날이 많아서

좋아하는 것들을 보기 위해선 마음이 급했어

눈에 담기 바빴고, 카메라에 담기 바빴어


4.

작년에 뉴욕갔을 때 면세점에서 (잘못) 주문한 향수가 있었어

심지어 작은 병도 아니었는데,

신나게 면세점가서 향수 받아들고

액체라 아예 뜯질 못하니까

14시간 정도 날아서 뉴욕에 도착한 후

가랑비 오는 뉴욕을 우산도 없이 캐리어를 끌고 다니면서

마라톤 부스에서 번호표 받고, 타미스 사무실 찾아서 미리 예약한 바우처들 받고,

에스컬레이터따윈 없는 전철역 계단을 낑낑대고 오르내리다

드디어 도착한 첫 호텔에서 향수를 뜯었지.

그 향수는 그 당시로부터 2년 전에 사용하던 향수였는데

2년 전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산 것이였거든.

그래서 잔뜩 기대하고 포장을 뜯어서 뿌렸는데 이게 뭐람.

예상과는 전혀 다른 향이였지.

한끗차이로 같은 라인 중 다른 향수를 주문한거야.

병 색도 너무 비슷해서 (투명도만 살짝 다름)

면세물품 받았을 때도 감쪽같이 몰랐지.

뉴욕 여행 내내 뿌리려고 사서 다른 향수는 가져오지도 않았는데.

하는 수 없이 다른 사람이 된 것마냥 그 향수를 10일 내내 사용했어.

그리고 은근 향이 익숙해져서 그 뒤로 8개월 정도 그 향수를 계속 썼지.

뉴욕에서 처음 향수를 뜯었던 날을 떠올리면서.

드디어 어제, 새로운 향수를 샀어.

아직 그 (일명)뉴욕 향수는 절반 정도 남아있는데 말이야.

새 향수는 뉴욕 향수와 아예 정반대 느낌의 향이여서

고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



-Hee


아니 도대체 왜 못볼까?

한걸음만 물러서서 봐도

이 문제의 본질이 바로 앞에 보이는데


아니 왜 못보는걸까

우리 사이에 이어진 실들은

쉽게 끊을 수 없는 것들인데


왜 못보는걸까

모든 일에는 알맹이가 있는데


우리 왜 못보는 걸까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주변에 존재하는 것들이 있는데


왜 못보는걸까

우리 서로 바라만 봐도

알게될텐데



-Cheol


1. 이건 그냥 내 느낌일 뿐인데, 일출은 늘 오늘도 뜻하는 대로 움직이라고, 성과를 내야 한다고 나를 응원하고 가끔은 등을 떠미는 것 같아. 그런데 일몰은 이만하면 됐다고, 오늘은 그 정도로 충분하다고 나를 받아주는 느낌이야. 해가 다 지고 밤이 돼도 그 느낌이 길게 이어져. 나는 네가 꼭 일몰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고만 있어도 위안이 되어줄 수 있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참 대단해. 그래서 참 좋아해.


2. 내가 원해서 잘 해주고는 보상받기를 기대하는 습관이 잘 고쳐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바라만 봐도 좋다가, 같이 오래도록 이야기를 하면 더 좋다가, 좋아하는 일을 같이 하면 더 좋다가… 어느새 바라만 보는 일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내가 되어버린다.



-Ho


2020년 6월 21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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