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마흔 아홉 번째 주제
별 것 아닌 주말이었다.
좋아하는 것들이 저무는 낮,
볕이 들던 창가에도
스산히 찬바람이 드는
가을의 주말이었다.
밀린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널브러진 이부자리에
다시 몸을 구겨넣었다.
할 것이 정해지지 않은 주말이
조급하지 않고
평화롭게 느껴지는 날.
아무도 깨지 못할
나의 공간, 시간
그런 것들을 지키고 싶었다.
몇 년을 고파하던
나의 주말,
여유,
그런 것들이 온전히 내게 있는 시간
-Ram
1.
지난여름엔 주말에 자전거 타러 나가기 바빴는데 이제는 테니스 치러 나가기 바쁘다. 이제 테니스 시작한 지 2달 정도 되었는데, 치면 칠수록 어렵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생각보다 단순한 스포츠가 절대 아니었다!!! 내 몸뚱아리는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아!! 어떤 사람들은 테니스 3년은 쳐야 폼이 겨우 나온다고들 하는데.. 그 말을 듣고 위로 삼기에는 내 인내심이 부족하다. 너무 3년이면 멀잖아.. 아무튼 매주 토요일마다 레슨을 받는데, 나아질랑 말랑 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주부턴 화요일 밤에도 레슨을 받게 되었다. 레슨 외엔 그냥 사람들끼리 모여서 주 중에 한 번 연습을 한다. 처음 테니스 시작하고 나선 레슨일인 주말만 기다려졌는데, 이젠 일주일 7일 중 띄엄띄엄 2~3일은 테니스를 치기 때문에 일주일 대부분이 즐겁다! 테니스를 시작한 후 달라진 점은 테니스 치지 않는 날에는 대부분 바로 다음날 테니스를 치는 날이기 때문에 덕분에 자연스럽게 술을 피하게 된다. 다음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테니스도 아직 완전 꼬꼬마 수준인데 컨디션까지 나쁘면 그야말로 최악이므로! 두어 달 전보다 술 마시는 횟수가 매우 줄었다.
2.
말레이시아에서 주중엔 10시 출근, 7시 퇴근이다. 출근시간이 남들보다 조금 늦은 대신 퇴근시간도 남들보다 조금 늦는다. 덕분에 주말이 바빠진다. 한국에 있을 땐 주말에 미용실을 가서 머리를 한다든가, 젤네일을 받는 일은 거의 없었다. 주말엔 주말대로 즐겁게 즐기고 싶기 때문에, 꼭 무조건 평일에 언제라도 무조건 짬을 내서 했었다. 하지만 여기선 평일에 늦게까지 하는 미용실도 많이 없고, 내가 다니는 미용실은 회사에서 거리가 꽤 되기 때문에 너무 늦는다. 네일도 마찬가지. 그래서 미용실에 가거나 네일아트를 하거나 이 모든 걸 주말에 해치워야 한다. 덧붙여 미리 봐두었던 카페와 맛집도 가야하고, 운동도 해야하고, 낯선 느낌이 싫어 말레이시아 곳곳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주말엔 하루종일 집에 붙어있는 날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주중엔 말레이시아 공휴일이 있어서 (말레이시아는 공휴일이 진짜 많다. 거의 세계 1위 수준이라던데) 그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물론 난 한국 공휴일에 맞춰서 쉬기 때문에 온전하게 주말처럼 쉴 수는 없지만 재택근무가 가능하니까..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서 할 일을 다 해버리자!
-Hee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잠깐 쉬어가는 자리
뒤덮인 문서 더미들을
잠시 외면해도 되는 시간
햇살 드는 마루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순간
부지런떨지 않아도
조급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시간
잠시나마
공상을
허락받는 시간
-Cheol
사진을 정리하다가 이러니저러니 하지만 올해의 여름도 착실히 살았다고 흐리멍덩한 생각을 기록했었는데 사실은 좀 다릅니다. 되는대로 살았더니 글쎄, 꽤 이것저것 (삶에 딱히 도움이 되지는 않을 일들을) 많이 하긴 했었다는 말이 조금 더 선명하네요. 내가 살고 싶던 삶의 질감이랑은 너무 달라서 이런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단단하고 매끈하고 싶었던 생활은 여전히 요원하고 푸석푸석해서 쥐는 대로 부서지는 모양은 도통 변하지 않았거든요.
이번 주말은 내내 이사할 집을 찾아 돌아다녔어요. 어느새 부산에 내려온 지도 2년이 지났다는 말이지요. 오늘도 공인중개사가 소개하는 매물들을 둘러보다 중간에 그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나는 아주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었나, 그런 생각을 했더니 금세 무기력해지더군요. 코로나 탓을 해온 몇 개월, 질투로 또 몇 개월. 지난 일 년 정도는 특히나 등신같이 살았더니 집이고 뭐고… 당장은 환기가 좀 필요했어요.
조금 쉬다가 신발을 갈아 신고 얼려둔 생수병을 챙겨 뒷산을 올라가 볼 참입니다. 그나마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해야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겠어요. 우선을 이번 주말을 좋은 기분으로 마무리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러고 나서 다음 주부터는 남 탓보다는 내 탓을 하는 (조금은 더 나은) 쪼다가 되도록 해보려고요.
-Ho
2020년 9월 13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