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쉰 여섯 번째 주제
엄마가 간만에 서울에 온다.
내가 서울로 이사 온 후 거의 3년만에.
엄마는 보나마나 며칠 전부터 우리집에 쟁여둘 반찬거리를 싸들고 올 생각이었다.
그래서 먹고싶은 것이 있냐는 말에
"닭죽"이라고 했다.
모르겠다. 그땐 그게 먹고싶었다.
너무 행복해하며 알았다고 하던 엄마는
서울에서 일정을 마치고
하얀 스티로폼 박스를 내 차에 실어두고 떠났다.
집에 돌아와 혼자 그 박스를 드는 순간 울컥한 마음이 일었다.
무거웠다. 박스가.
일렁이는 감정을 애써 누르며
박스를 열었을 땐
터져나오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었다.
닭죽을 뭐 이렇게 많이했나.
한 번씩 먹게 소분해서
켜켜이 올린 죽이 한 상자였다.
나는 그대로 몇 분을 엉엉 울었다.
무거운 무게만큼, 쌓아올린 무게만큼
엄마가 날 그리워한 것만 같아서
엄마가 날 여전히 사랑해서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래서 엉엉 울었다.
-Ram
집에서 엄마가 삼계탕까진 아니고 닭을 통째로 삶은 후
김이 조금 빠지면 꺼내서 살을 발라주셨다.
그러면 나랑 동생은 소금과 후추, 그리고 깨를 섞은 종지에
닭고기를 콕 찍어서 야금야금 먹기 바빴지.
그리고 양이 적은 나는 닭고기가 맛있어도 절대 배부를때까지 먹지 않았다.
왜냐면 마지막에 남은 닭고기를 잘게 찢어서 끓인 닭죽을 먹어야 했기 때문이지.
집에선 닭죽 먹고 싶다고 엄마한테 한 마디만 지나가듯이 해도
엄마는 그 말을 기억하곤 그 날 저녁이나 다음날에 생닭을 사오신 후 뚝딱 해주셨다.
근데 자취한 이후로 닭죽이 생각나서 밖에서 사먹으려고 하면 왜 이렇게 발이 안떨어지는지.
본죽에 가도 삼계죽은 비싼 죽에 속했다. 그러다보니 지갑이 열리지 않았다.
엄마밥은 언제나 최고다.
아빠와 동생은 종종 싱겁다, 짜다 불평을 늘어놓기도 하지만.
사실 요리에 아주아주 뒤늦게 재미를 붙인 엄마였기 때문에
간이 안 맞을 때가 종종 있었다.
근데 나는 싱거운 것은 싱거운대로 좋았고,
밍숭맹숭한 것은 그것대로 좋았다.
그냥 엄마가 해준 음식은 다 좋아했다.
식탁 앞에선 불평없이 먹는 나를 엄마가 제일 좋아했다.
나중에 한국가면 엄마한테 닭죽 만들어달라고 해야지.
-Hee
누가 비내리는 가을날 아니랄까봐 유독 스산하고 서늘한 날씨였다. 그럼에도 막상 밖으로 나오니 하루종일 날 괴롭히던 이명이 떨어져나간 듯 귓가가 잠잠해져 살 것 같았다. 보슬보슬 비내리는 소리, 물기젖은 시멘트를 차분히 쓸어내리며 차 지나가는 소리, 드문드문 한적히 사람 오가는 소리가 이렇게 감사할 줄이야.
김이 모락모락나는 닭죽 같은 음식이 딱 생각나는 그런 날. 이런 날씨에 따듯한 닭죽 한그릇 아니 삼계탕 한그릇 같이 먹으러 갈 그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참 좋겠다 싶도록 적적한 마음도 들었지만 발걸음은 그저 묵묵히 한적한 카페를 찾았다. 윙윙 내 귀에 달린 이명 하나 어쩌지 못하는 내 처지에 어차피 내가 감당못할 마음따위 생각해서 뭐하나 싶었다.
화이트 톤의 인테리어에 그림 몇점 걸린 단아한 카페. 단출하게 인절미 크라상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고는 이내 기계적으로 다시 작업을 시작한다. 나를 위한 작업. 가끔은 불확실한 미래가 한편으로 두렵기도 한데 나를 위한 작업을 한다는게 새삼 소소한 기분도 나고 좋다.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금 지긋지긋한 이명이 내 귀에 들러붙겠지만..
잠시나마, 자유롭다.
무엇보다, 마감이 없어서 좋다.
-Cheol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2020년 11월 1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