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여든 두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푸르지도 붉지도 않은

다른 무언가였다.


당신이 그런 샛노란 니트를 입고

나온 모습이 퍽 잘어울리는

느낌이 들어 웃음이 났다.


싱그러운 색이라던가

풋풋한 봄내음하고는

어울리지 않던 사람이라.


그런 어색한 모습에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나왔다.


봄이 왔다던가 하는

근사한 얘기보다

더 우스꽝스러워서였나.


그걸 바라보는 나도

그저 그런 어스름한 노란빛

머리칼을 빛내면서 걸었다.


누구보다 어울리지 않던

노란빛에

물들어가는 우리가

가여워서 웃었다.


웃을수도, 울수도 없는

처량한 봄이다.



-Ram


20대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찾고 싶었고 찾아가기 바빴다. 유야무야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흐리멍덩한 건 싫었다. 남이 보는 나보다 스스로 나에 대해서 제일 잘 알고 싶었고, 알고 있고 싶었다. 주관이 뚜렷하고 싶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더 깊숙하게 학습하기도 했고, 일부러 만들기도 했다. 모든 것엔 의미가 있었고, 의미가 있어야 했고, 의미를 부여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 있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내 주관이 없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자신을 찾고자 노력하면서 20대를 살았다. 20대 후반이 되니 조금은 내가 생각하는 내가, 난 이런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내가 어느 정도는 만들어졌다. 그런데 30대가 되니 모든게 싫증이 났다. 내가 정했던 모든 것이 나를 얽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고작 어리고 어린 20대에 뭘 안다고 자신을 정의하려 들었을까 싶기도 하고, 설령 정의를 했다고 해도 남은 앞으로의 날들을 풋내기 20대의 포커스에 맞추긴 죽어도 싫었다. 그래서 20대때 죽어도 쳐다보지 않았던 노란색에 애정을 갖기로 했다. 내 책상 오른쪽 벽에 붙은 포스터에는 노란색 쇼파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은근히 내 감정의 연장선인 아이폰 배경화면도 샛노란색으로 바꿨고, 책상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마우스패드도 노란색으로 주문했다. 색다른 색이 내 삶에 들어오니 보는 재미가 아직까진 쏠쏠하다.



-Hee


1. ‘오랜만에 옷을 좀 사야겠어.’


어느덧 봄이 찾아왔고 선선한 바람도 쐴겸 공원으로 나섰다. 언제부터였을까? 평소에 옷을 잘 사지 않던 나는 단벌 신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오늘따라 검은색과 남색으로 된 옷들이 좀 답답하게 느껴졌다.


2. ‘칙칙하게 회사생활에만 찌들었던거지’


기왕이면 밝은 옷을 사고 싶었고, 당근마켓이라는 중고장터에 있던 노란색 맨투맨이 눈에 쏙 들어왔다. 노랑이라니! 내 나이도 이제 서른 중반인데 노랑색 맨투맨이라니! ㅎ


3. ‘패션’


노랑색 맨투맨, 트와이스가 홍보하는 검정 후드티, 프린트 티셔츠. 20대 때나 즐겨입던 옷들을 막상 다시 입어보니 기분이 새로웠다. 중고라서 가격 부담도 없었고 이 나이에 이런옷들이 좀 염치없는것 아닌가 싶었어도 ‘나에게 안맞거나 안어울이면 다시 중고로 팔면 그만이지 뭐!’라는 생각이었는데 웬걸 너무 잘어울리지 뭐야.


새로운 기분, 멋, 자신감, 나에대한 애착. ‘옷이 뭐라고’ 생각했어도 ‘옷이 날개라고’ 하는 말들이 새삼 이해갔다.



-Cheol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2021년 5월 2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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