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여든 네 번째 주제
살면서 정말 하기 싫었던 말.
거절.
호의를 거절하거나,
마음을 뿌리치거나,
부탁을 거절하는 일들이
왜 이토록 나에게만 절절한
사연으로 보이는지.
안 되는 일들도
구태여 설명하지 않는데도
입 밖으로
NO
라는 표현을 꺼내야하는 상황이
정말 싫다.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은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드는데,
그게 정말 힘들다.
마음이 없어도 예의를 차려야하고
시간이 없어도 공들여야 한다.
그런 손해보는 시간과 정성을
왜 쏟느냐는 말에도
마땅히 대답할 핑계가 없다.
여전히 누군가의 입과 손을 빌어
거절을 미룬다.
그게 가장 큰
나의 단점이자 구멍이 된다.
그렇게 곪아가는 감정이 된다.
-Ram
1.
끝을 확실하게 맺어야 한다는 것, 아직 어렵다.
2.
누군가에겐 거절이 쉬웠다. 상상도 못했던 제안이었고, 마음이었기에 실현할 생각도 못 했다. 사실 실현해 볼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랬더니 뒤늦게 미련이 남았다. 누군가에겐 거절이 어려웠다. 그래서 끝까지 가본 적이 있었다. 한낱의 믿음을 핑계 삼아 꾸역꾸역 따라갔지만 결국 끝엔 누군가의 바닥 혹은 나의 바닥이었다. 누군가에겐 거절이 두려웠다. 그래서 항상 기회주의자처럼 타이밍만 보고 밀어붙였다. 어쩔 수 없이 거절하지 못할 상황을 만들었다. 이번이 아니면 안 될 것처럼.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처럼. 얻은 것은 있었지만 그때뿐이었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젓가락 같은 기쁨뿐이었다.
-Hee
한 해, 한 해, 매년 겪게되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사람을 경험하면서 참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된다. 순수한 호감으로 나를 대해주는 사람. 스스로의 욕심을 채우고자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 처음부터 목적을 갖고 다가오는 사람.
사람들과의 관계. 그 속에서 맺어진 우리 관계.
우린 서로에게 무엇을 바랬을까? 나는 너에게 무엇을 바랬을까? 너는 나에게 무엇을 바랬을까? 그저 함께하는 시간들이 기꺼울 뿐인데 우리는 멀어지고 또 가까워지고 다시 멀어지고를 반복하고, 우리 사이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거절이란게 처음엔 정말 쉽지 않았지.
누군가를 실망 시키는 일. 누군가에게 미움 받을 수도 있는 일. 특히나 관계된 사람이 많아질수록 거절이란 건 더 곤란하게 느껴졌지. 특히나 사람은 서로 모두 다르다는걸 확실히 깨닫기 전에는 더 어려웠던 것 같아. 게다가 혹여나 오래간 함께 지내고 많은 공감을 나눈 사이일 땐 특히 더 어려웠지.
우리는 애초에 각자가 다른 사람들이기에 어쩌면 우리 사이에 정말로 필요한 것은 적당한 거절이 아니었을까? 서로가 다름을 느낄 때마다 거절을 표현해야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우리,
다른 서로를 알아갔어야 하는게 아닐까?
-Cheol
빤히 안 될 것이 확실한 일을 부탁받았을 때 그 자리에서 안 된다며 돌려보내면 보통은 문밖을 벗어나자마자 내 욕을 한다. 그러니 어려울 것 같으나 노력은 해보겠다고, 그러고도 되지 않을 확률이 꽤 높을 것이라 말한다. 그러고는 손 놓고 며칠을 지낸다. 그제서야 빤히 안 될 사유를 설명하고 노력해보았으나 나로서는 어렵다 전하면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듣는다. 내 품은 들지 않는 다른 방법을 제시하면 오히려 더 좋아하기도 한다.
별달리 이득이 되지 않는 부탁을 거절하려면 아무런 사유라도 둘러대며 거절할 수 있겠지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 대부분 수용하는 편이다. 만약 거절하게 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도와주고는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뉘앙스를 잘 내포시켜야 한다. 갑의 위치에서 을처럼 행동해 주면 다음에 언젠가는 을의 위치에서 갑의 대우를 받기도 할 것이다.
직무능력만 갖춘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닌 직장 생활, 부려먹기 좋은 호구와 까칠하고 싹수없는 새끼 포지션을 다 겪어보고서야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이 뭔지 조금 알 것 같다.
-Ho
2021년 5월 16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