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여든 일곱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종종 글을 정리하는

일요일 오후가 되면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든다.


후련하기도, 아쉽기도 한

잔잔한 일요일의 기분.


사실 나의 애정과 관련한

모든 감정은

드러낼수록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일뿐이다.


꺼내놓고 보면 손가락질 당할

보잘것 없는 짝사랑 같은 것.


수치심?

이라고 말하기엔 거창하고


뭐랄까,

그냥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는데

구태여 치료하지 않는 기분?


상처가 될 줄 알면서도

치료회복에 힘쓰지 않는 감정?


같은 것.


그래서 일요일 즈음에

생각한다.


아. 이제 정말 이 알량한 감정을

정리해 주어야지.

잔뜩 묵은 먼지를 닦듯이

쓱쓱.


닦아서 버려야지.


하면서

별 수 없는 월요일을 맞이하게 되는 것.


그렇게 내 감정이 고장나

돌아가는 어정쩡한 일상.



-Ram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던 그 일들도 이상하게 어떻게든 진행이 됐다. 중간에 진행된 프로세스들이 얼마나 효율적인 건지는 어느 누구도 따지지 않았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회의에 들어가니 1부터 100까지의 과정을 낱낱이 공개할 필요도,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어떤 멍청이들이 달라붙어도 그 일이 진행된다는 사실에 수치를 느낀 사람만 있었다. 아무 의심 없이 열어본 상자엔 편협한 마음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Hee


우리는 종종 수치심을 느낀다.


내가 모르는 걸 다른이들만 알고 있을 때,

고심끝에 준비한 내 결과물이 너무 쉽게 비판받을 때,

사회 초년생이거나 이제 막 무언가 시작했을 때,


무언가 열심히 하다보면.. 우리는 때때로 수치심을 느낀다.


우리가 추구할 방향 설정,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

이런 것들의 일머리를 잡아나가는 방법,


내가 준비한 것들이 무시당한 것 같아서..

내 작업물과 나를 동일시해서..

때때로 수치심을 느낀다.


그럼에도 노력에 노력을 부단히 덧대어간다.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깊이를 더하면 더 할수록, 수치심이란게 점점 거리가 멀어져간다. 내게도 점점 안목이 생기는 순간이 온다. 얼추 모르는 이들이 하는 말은 수치스럽기 보다는 유치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얼추 아는 이들이 하는 소리는 나를 수치스럽게 하기보다는 더 나아가기 위한 밑거름이 되어준다.


여전히..

노력에 노력을 부단히 덧대어본다.

그렇게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간다.



-Cheol


1.

성폭행에 대한 신고부터 전출까지, 직장 내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발버둥 쳤으나 끝내 해결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어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을 두고 동문회장이라는 사람이 몇 마디 말로 순식간에 성폭행의 원인을 고인의 책임으로 돌려버렸다. 스스로 목숨을 내던질 수 있었던 용기로 삶을 살아냈으면 좋았을 것을, 꽃다운 청춘을 왜 그렇게도 쉽게, 숙녀의 몸가짐과 행동에 대해 교육을 해야... 같은 말들을 듣고 있자니 목구멍에 손가락이라도 집어넣어 무엇이라도 게워내고 싶어졌다. 동문과 직장에 소속감도 별로 없는 나조차 수치심에 얼굴이 붉게 물든다.


2.

한강에서 대학생이 사망을 했지만 나는 슬프지 않다. 한 번 본 적도 없는 사람의 죽음에 어떠한 의구심을 갖지도 않는다. 경찰의 조사 결과조차 신뢰하지 않으면서 근거 없는 의혹을 들먹이며 누가 범인이네, 아니네 설전을 벌여대는 사람들도 슬픔을 달래기 위해 그런 병신 같은 말들을 쏟아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연신 추측을 사실인 듯 쏟아내는 언론도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듯 말이다. 세상이 멈춘 듯 슬프고 울음이 나는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를 전하고 싶다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 마디 거들 게 아니라 아무 병원 장례식장에라도 들어가 그 싸구려 연민을 해결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Ho


2021년 6월 6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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