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여든 여섯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어느 순간 어렴풋이

꾸었던 꿈중에,


내가 할아버지인지 할머니인지 모르는 그런 어스름한 모습일 때,


엉엉 울다 깼다.


옷에 구김이 없어서,

사람이 든 자리에 아무런

구김이 없어서.


인기척 없는 의자를 붙잡고,

옷가지를 잡고

엉엉 울었다.


그냥 사람 내음이 없는

퍽퍽한 공기가 서러워서

울었나보다.


어떻게 나이를 먹어가야 할까,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때에.


우는 만큼

어른이 된다는 말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Ram


성숙함을 빙자한 나태함이나 매너리즘을 견디기 어렵다. 내가 보기엔 그저 매너리즘에 빠져있을 뿐이고, 환경에 지쳐 염세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은데.


성숙함에서 오는 어색함을 견디기가 힘들다. 무게만 잡고 앉아있는 꼴이 우스울 뿐이다.


흐르는 시간을 잡을 수 없는 만큼 성숙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면 나는 나답게 성숙해지고 싶다.



-Hee


불안정하던 나를 이렇게나 성숙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흔들리던 나를 이렇게나 중심잡게 해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글쓰기, 독서스터디, 아침운동 같이 하나 하나 덧대어온 습관들일까? 아니면 이런 저런 사람들을 겪으며 쌓여온 시간 덕분일까?


많은 걸 알아갈수록 내가 모르는 것들이 더 많다는걸 알게되고, 많은 사람들을 경험할수록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 또한 언제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다는걸 알게되고,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줄 알았던 사람을 어디선가 또 마주치게 된다는걸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는 것 같다. 한번의 성공이 영원하지 않고, 한번의 실패가 끝이 아니란걸 알아가게되면서 성숙해져간다고 느낄수록 겸손하고 겸양떨게 된다.


흉내내기가 아닌 내 것을 찾아갈수록,

차곡차곡 성숙해져감을 느낀다.



-Cheol


1.

아버지는 아직 청춘이라 하신다. 무거운 짐을 높이 들다 허리 근막이 찢어졌고, 회복은 더디고, 점점 더 신체활동에 대한 부담감이 자라지만 그런 것들은 모두 몸의 일. 마음은 여전히 이십 대의 그것보다 찬란하시다고. 아버지도 청춘이고 아들도 청춘이라니, 둘 중 하나는 잘못된 게 아닌가요, 아버지. 야,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2.

어릴 때는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다. 이십 대 후반 정도의 나이가 되면 어른이라 할 수 있지 않나 어렴풋이 생각했었다. 부모님이 이미 나를 낳아서 기르던 나이라면, 한 가정을 온몸으로 품을 줄 알면 어른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나는 청춘인가. 어른이 되었는가. 열망을 주체할 수 없던 십 대보다 오히려 퇴보하지는 않았는가. 나를 분해해 본다.


서른이 넘은 나는 여전히 어른이 아니고, 여전히 이십 대 후반의 나이가 되고 싶고, 한 가정은 고사하고 제 한 몸 가누기도 힘들다. 수치스럽게나마 청춘은 청춘이라 할 수 있겠고, 아무런 나아감 없이 공백이 듬성하니 청춘이 아니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른이 되고 싶기라도 했던 어린 나보다도 미성숙한, 털을 삐죽이는 짐승처럼 나약함을 감추려 과시하고 증명하는 데에 혈안인 나를 메슥거리며 자책한다.


그러면서 여전히 가진 장점을 꾹 눌러 되새긴다. 나는 이제야 겨우 발단을 지나 전개되는 중이라고 억세게 믿는다. 편파적인 후회는 부끄럽지만 부끄럽지 않다. 시간은 여전히 남아있고 나는 어찌 됐든 그 시간을 살아야 할 테니까. 곧 성숙해질 것이다. 그럴 것이라 믿는다.



-Ho


2021년 5월 30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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