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사백 열 네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우리 아부지는

유난히도

붕어빵보다 호떡을 좋아하신다.


요즘 파는 공기호떡?

그런 파륵파륵 부서지는 것 말고

쫀득하게 익은 밀가루 호떡.


어릴 때 아부지가 사온

호떡 담긴 흰 종이봉투, 겉에 검은 비닐봉지.


꼭 우리는 몇 장이 아니고

호떡을 10장은 사서

집 식탁에 두고 다같이 먹었는데

그런 것들이 질리도록 좋았다.


다 식어서 수분을 머금고

자기들끼리 켜켜이 붙은

호떡탑을 보면

웃음이 났다.


부드럽지 않고 잡아 뜯어 먹고,

식은 설탕이 줄줄 흘러서

옷소매며 식탁을 어질러도


몇 천원 어치로

둘러앉은 우리가 웃겨서 웃음이 났다.


그래서 이상하게 호떡은

혼자 사먹을 용기가 안난다.


나 혼자 먹는 호떡이 무슨 맛이겠어.


아부지도

어머니도, 동생들도

무심하게 뜯어먹는

그 겨울의 맛이 좋았던 건데.



-Ram


1.

꽤 오래전 겨울, 추운 남포동 골목에서 굳이 줄을 서서 호떡을 사 먹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예능에서 부산 씨앗호떡 먹방이 큰 인기를 얻었고, 덕분에 원래도 유명했던 씨앗호떡이 더욱 유명해져서 추운 겨울에도 온갖 씨앗호떡 부스 앞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아마 그때가 내겐 두 번째 부산 방문이었는데, 부산엔 연고지가 전혀 없었던 나는 그 뒤로 부산에 생각지도 못했던 각기 다른 사람들과 여러 번 더 방문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2.

겨울에 길을 걷다 보면 조그만 부스 안에서 붕어빵보다 호떡을 마주칠 때가 더 설렜다. 동그랗고 보기만 해도 말랑한 반죽을 반들반들 기름판에 철퍼덕 놓은 뒤 호떡 모양을 만드는 도구로 꾹 눌러 납작하게 만드는 장면을 보면서 군침을 다시는 그 시간. 갓 나온 호떡을 종이로 집어서 한 입 베어 물 때가 정말 행복하다. 앗, 그 대신 호떡 안에서 흘러나오는 아주 뜨거운 꿀은 입 주변이고, 손이고 모두 조심해야 할 것!


3.

난 겨울에 호떡이 제일 기다려지는데, 내 친구는 타코야끼를 사먹는다며 주머니에 천원 몇 장을 꼭 준비한다고 했다. 예전 같은 동네에 살 땐 타코야끼 맛집이라고 소문난 길거리 점포가 있었는데, 이사 후 새 동네에선 타코야끼를 볼 수 없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그 동네에 없지만 타코야끼 점포는 그 큰 사거리에서 여전히 동네명물로 불리며 남아있겠지.



-Hee


찐 고구마와 감자, 옥수수. 간단하게 부쳐낸 메밀전병과 배추전. 팥 껍질이 질깃질깃 씹히는 안흥찐빵. 다소 직관적인 맛과 식감의 강원도 간식들. 줄곧 대도시에 살다가 느닷없이 시골에 떨어졌던 스무 살 무렵에는 그런 것들이 참 싫었었는데 그 단순한 맛이 몇 년 새, 스스로 인지하기도 전에 내 미각 체계를 완전히 바꾸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구황작물을 상상하면 그 즉시 같이 먹었던 김치, 막걸리의 맛과 냄새까지 함께 떠오른다. 상상만으로 맛과 냄새가 같이 떠오르는 기억은 몇 안 되는데,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단순함이라고 생각된다. 따뜻함과 단순함. 겨울철 간식의 지향점을 관통하는 맛. 사람도 단순해야 한다는 말을 믿게 만드는 맛.


겨울 한 철 간식에 대해서, 나는 대단한 꼰대가 된다. 기름에 절여지듯 구워진 호떡, 팥 향은없고 설탕의 인위적인 단맛만 가득한 붕어빵 따위는 감히 겨울철 간식거리가 될 수 없다고 믿는다. 요즘 남포동에서 유명한 호떡 한 장 가격이 천오백 원이나 한다. 호떡 다섯 장이 1국밥 가격이라니. 나 참 기가 차서. 그 돈이면 차라리 배추전에 막걸리를 마시고 말지.



-Ho


호떡을 좋아한다. 양념이 진득하게 묻고 옷을 타고 흘러도, 손이 덴듯 뜨거워도. 설탕이 터질것 같은 단 맛이 생각날 때가 있다. 반쯤 녹은 눈을 슬러시 밟듯 헤쳐간 다음 주머닛속 꼬깃한 지페를 건네고 따뜻한 것을 건네받는다. 호떡을 먹는 것은 비단 그것만을 먹는 것은 아니다. 호떡을 사러 갈 여유. 호떡이 생각나는 마음. 기름이 묻어도 좋은 상황.



-소고


2021년 12월 12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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