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사백 열 일곱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꿈에서라도 했어야 했다.


너를 만난다면

미안했다고 꼭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응어리져 고인다.


너만큼 널 좋아하지 못하여서,

너만큼 온 마음을 쏟지 않았어서,

사실은 그걸 다 알면서도

부러 외면했던 것들도.


전부 미안했다고.


그래서 여전히 너만큼

애처로운 사람을 만나지 못했고,


여전히 너의 소맷부리보다

넉넉치 않은 마음으로

자주 부서진다.


놓으라 소리칠 땐

정말 원했었다.


널 떠날 때, 안을 때,

미울 때, 그리워할 때.


그 모든 순간을

오롯이 사랑하지 못한 걸,

미안해.


네 진심을

미안해 하여서

그래서 미안해.



-Ram


지금껏 몇 번이고 재차 사과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 그 당시 지금처럼 추운 겨울엔 안면몰수해야만 했었는데, 그게 바른 선택인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수백 번 생각해도 귀결되는 결과는 지금이 최선이기에. 하지만 미안한 마음은 여전해서 사과하고 싶었고, 사과도 했고, 지금도 또 사과하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내 마음 한 켠 그저 편하려고 자꾸 사과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사과는 매번 무안하다. 매번 어렵다. 사과 이후의 말을 떠올리는 것도, 사과의 이유를 읊는 것도. 사과할 순간이 오는 것이 싫다. 그렇지만 사과-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한, 사과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과는 마찰에서 오고, 마찰은 사람 간 속도가 다른 곳에서 발생한다. 정지한 것에 대하여 사과할 일은 없다. 그러니 사과 하고, 사과 받고 싶지 않다면 멈추면 된다. 마음을 비우고, 아무 기대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하면 아플 일도, 고개를 숙일 일도, 무언가를 돌아볼 일도 없다. 아무 일도 없는 세계는 미안할 일 없이 매끄러울 것이다. 사과는 싫다. 사과는 피하고 싶은 일이다. 그렇지만 사과를 하기 전 후로 수 많은 기쁨과 감정의 파고가 있다. 좋은 일을 기대한다면 정적일 수 없다. 그러니 좋을 일이란 곧 사과할 일을 내제하고 있다. 좋을 일을 만들고 싶다면 사과 할 일 또한 기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돌이켜보면 많은 것들에 대하여 미안하다. 어떤 사과는 때를 놓치고 결코 그 대상에게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한때는 사과의 대상에게 사과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이유로 신화속 존재마냥 영원한 죄를 지은 것 같은 기분에 빠져 살았던 적도 있다. 나는 여전히 사과할 수 없는 대상에게 미안하지만, 이제는 그 사람 이후의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씩 나누어 속죄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하고, 조금씩 움직이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에.



-소고


2022년 1월 2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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