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사백 스물 한 번째 주제
나에게 아직 먼 이야기,
그래도 종종 상상을 해볼 때면
기분이 묘해진다.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야만
진정
어른이 되는거라고 하지만,
나같은 애송이는
여전히 철부지로 남고싶다.
출산의 과정을 지나
육아의 길을 걷는 친구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뭇 진지한 그들의 인생에
나는 스쳐 지나는
가로수같은 존재가 될 뿐이다
머무를 뿐인 나의 삶에
어딘가 모르게
언젠가 임신과 출산, 육아의 길이 내려오면
나는 그 때에 도망치지 않고
씩씩하게 나아갈 수 있을까.
아무도 내게
그렇게 어른이 되는 방법은
알려준 적이 없는데.
어른이 되려면 출산을 하라고만
얘기할 뿐
나는 여전히 덜 자랐을 뿐인데.
-Ram
아직까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신성한 영역이라는 것은 알 것 같다.
-Hee
1.
매 주말마다 예식장을 전전하느라 바빴던 때가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꽤나 당연한 일인데, 요즘 들어 주변에 많은 지인들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한다. 그렇게나 멀어 보였던 결혼을 앞두고 있다 보니 출산도 그리멀지 않은 일처럼 다가온다. 며칠 전에 만난 현희의 딸처럼 태어나자마자 예쁜 아이라면, 그리고 주말부부생활을 청산하게 된다면 아이를 낳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를 위해 매몰되어버릴 삶이 늘 걱정이었는데, 꼬집고 집어던지고 떼쓰고 울던 악마 같은 애들도 못 본 새 꽤나 커서 엄마 따라 얌전히 여행 다니는 모습을보니 고생은 아주 잠시일 뿐일지도.
2.
3월이면 첫 조카가 태어날 것이다. 괜히 사랑스러웠던 조카들(외가 쪽)과 꼴도 보기 싫었던 조카들(친가 쪽)을 생각해 보면 그 부모가 되는 친척들에 대한 호감도가 대물림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여전히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형의 애는 그리 곱게 보이지가 않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과는 별개로 괜히 신경이 쓰여 분유제조기니, 회전 카시트니 선물을 꽤나 보냈다. 형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고도 그리 기쁜 마음이 들지 않는 걸 보니 내가 대체 왜 그랬을까 싶다. 출산 예정일이 내 생일과 겹친다는 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아이를 위한 선물이라기보다 부모를 위한 선물이어서 그랬을까. 아이가 태어나면 그때는 육아 템보다 아이를 위한 장난감 같은 선물을 좀 골라봐야겠다.
-Ho
출산은 몸으로 나고, 손으로 받는 것. 글이든, 생각이든, 마음이든, 생명체든. 낯선 세상에 나의 것을 꺼내놓는것. 대상이 찬 바람에 들든, 따순 볕을 쬐든, 휘몰아치는 물살에 수장되든 모두 나의 것이다. 가슴을 찢고, 마음을 꿰메어 만든 아픈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외면할 수 없고, 똑바로 쳐다봐도 다 본 것 같지 않은듯 무한한 대상이다.
-소고
2022년 1월 30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