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사백 오십 여섯 번째 주제
볕이 드는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
딱히 무언가를 이룬 것 같지는 않은데
시간은 벌써 끝을 향해 내달린다.
지독했고, 행복했던
뜨거웠던 순간들이 지나가고 나면
아리도록 차가운 순간이
땅을 파고 기다린다.
이가 딱딱거릴만큼의 긴 추위가
올 걸 알면서도
나는
그 길을 고집하는 이유를
나도 모르겠다.
내 기분을 나도 잘 모르겠다.
지나가는 감정을 흘려보낼 줄 몰라서
잔뜩 웅크려야 하는데도
잘 못하겠다.
해가 드는 시간이 줄어든다.
어쩌면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닌 감정으로
봄인양 누렸던 거 아닐까.
가을은 크고 넓어서
사람을 자꾸 작아지게 한다.
뭐라도 탓하고 싶어서
있지도 않은 가을을 탓하는 내가
못나보여도
겨울이 두려운 걸, 어쩌겠어.
-Ram
같은 스케줄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그것에 익숙해져서 루틴이 되기 마련인데, 나의 어떤 루틴이 깨졌다. 정확히 말하면 깨부수고 나왔다. 무서우리만큼 안정된 루틴이 사라지니 언젠가 마주하게 될 새 루틴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이 열리면서 마음도 함께 들떴다가, 불안했다가, 재밌다가, 기대했다가. 이런 마음과 함께 내가 할 일은 살짝 오염되고, 생채기가 나기도 한 부분들을 다시 건강하게 채비하는 것.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간지러운 기분이 들 땐 항상 조심해야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다고 나를 알 것 같아서, 마음이 간지럽거나 어딘가가 헛헛할때면 마음을 다잡는다. 가끔은 싱숭생숭한 기분을 타고 두둥실 유랑해도 즐거웁지만, 다수는 여유로운 마음보다는 실수가 앞선다. 그치만 사람이기에 가끔은 미약하게 어지럽고 쌉싸름한 이 감정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소고
2022년 10월 2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