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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선물"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여든 네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Mar 16. 2025

생일이 다가오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시간이 꽤 지나면서

친구들과 생일선물 협약이 생겨서 그렇다.


이전에는 주는대로 받던 것들을

이제는 필요한걸 사달라고 하게 된다.


그래서 며칠전부터 주욱

내가 필요한게 어떤건지 

금액대별로 고민하고 나열해둔다.


나의 선호도와 취향은 내가 제일 잘 아니까.


그럼에도 남이 골라주는 선물이 좋다.


내 생일이 특별하지 않은 걸 알지만

누군가 날위해 고민했을 그 시간을

사랑하고 싶어서.


애정의 깊이만큼

날 알고 고르는 그 입맛이 복에 겨워서.


그래서 욕심이난다.


나의 생일 너의 생일,

선물을 고르는 그 순간이 욕심이 난다.



-Ram


1.

며칠 전 다이소에서 포장지를 산 적이 있다. 오랜만에 포장지를 고르고 있는데 생각보다 포장지의 종류가 많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종이 재질의 포장지를 살 건지, 비닐 재질의 포장지를 살 건지 혼자 열심히 만지작 만지작거리다가 갑자기 초등학교 때 서점에 갔던 일이 떠올랐다. 아마 누군가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서점에서 책을 골랐고, '포장해 주세요'라고 말하면 서점에 있는 주인(또는 아르바이트생)분이 손가락으로 포장지 네다섯 개가 담긴 길쭉한 나무 박스를 가르키며 원하는 포장지를 고르라고 했었다. 짧은 시 간동안 열심히 포장지들을 보며 뭘 할지 고민하다가 하나의 포장지를 선택했고, 서점 주인분은 그 포장지를 스윽 꺼내서 능숙하게 책을 포장해 줬다. 요즘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이며 눈으로 선물을 고르고, 그 선물을 내 손을 거치지 않고 생일 당사자에게 바로 전달되는 시대다. 사라진 포장지의 감성이 아쉬워서 이왕이면 누군가에게 선물을 줄 때 귀여운 포장지에 꼭 포장을 해서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이소에서 포장지 두 개를 겨우 골랐다. 


2.

예전에 아는 언니가 그런 말을 했다. 어릴 때부터 그 언니의 어머니는 꼭 집에 포장지를 몇 개씩 사다 뒀다는 것. 그 말을 듣자마자 마치 인생의 한 깨달음을 얻은 것과 같은 기분이 들면서 내 마음속에 깊게 새겨졌다. 같은 맥락으로 나는 예쁜 편지지와 귀여운 카드 등을 기회가 될 때마다 집에 사둔다. 나중에 포장지를 둘 공간이 생기면 포장지도 사둘 생각이다. 



-Hee


올해 생일에는 휴가를 쓰지 않고 그냥 출근했다. 평일이었고, 조촐한 파티는 지난 주말에 이미 열었었고 딱히 할 일도 약속도 없이 휴가 쓰고 쉬어봤자 한 층 더 침울해질 게 자명했다. (작년에는 셀프 선물이랍시고 그렇게 의미 없는 휴가를 썼었다.) 


그렇다면 올해는 무엇을 나에게 선물할까. 주변에 뿌린 만큼 돌려받은 자잘한 선물들 말고, 평소에 갖고 싶었지만 차마 살 수 없었던 것들 가운데 하나쯤을 시원하게 질러버리는 과소비 말고, 무엇을 주면 좋을까. 고민을 거듭할수록 꼭 무언가를 선물해야 할 필요가, 지금도 잘 살고 있는 내가 그런 걸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생일이야 아무래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아오긴 했지만, 점점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것 같이 느껴지는데, 괜찮은 걸까... 



-Ho


최근에 이사를 했다. 

나름 미니멀리스트라고 생각했는데, 짐이 너무 많았다. 

버릴걸 미리 버리고, 미리 박스를 구해서 짐을 쌌다. 

버린다고 버리고 정리했는데도, 아빠의 트럭 뒤가 꽉 찼다.


외국생활하면서 아쉬운건, 가구를 마음대로 못산다는 것이다. 

오래 발품을 팔아 샀던 원목 식탁과 의자를 친구에게 싸게 팔고 왔다.

그래도 이번에는 둘이서 공부하고 밥먹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식탁 겸 책상을 샀는데 기대가 된다. 


3월, 4월은 남편과 나의 생일이 있는 달인데, 

줄 선물은 잘 생각이 나는데, 뭘 받고 싶냐 물어보면 항상 어렵다.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도 뭘 가지고 싶은지를 몰라서 어물쩍 넘어갔다. 

이럴 거면 그냥 빨리 생각해서 뭐라도 말해야 하나 싶다 가도, 또 뭐 하러 그러나 싶다. 

그래도 올해 생일엔 소소하게라도 갖고 싶은 생일선물을 말해봐야겠다. 



-인이


2025년 3월 16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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