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

도란도란 프로젝트 - 육백 스물 세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아주 얄궂은 본능,

나는 그런 것에 약하다.


이미 맛본 것은 달콤했고

알고 있는 것만 탐했다.


안 될 걸 알면서

그리워 하였고,


독인 줄 알면서도

빠져들었다.


나는 꼭 그랬다.


푹 담겨지다가 이내 나오다가

다르다고 되뇌이다가

그 안으로 달려들어가고야 마는

알기 쉽고

말리긴 어려웠던 나.


나만큼은 다를것이라 소리쳐도

사실 나만큼 유약한 것도 없었다.


본능에 뒤감겨서

어느것도 보지 못하고

나는 또 그 낭떠러지로

발버둥쳤다.


나는 늘 그런 본능을

이기질 못했다.


갖고 싶었고

이내 안고 싶었고

다시 탐하는 그런 본능을

이기질 못했다.


후회하면서도 또 계속

그렇게 부서지는 나를

안달복달하면서

닳아 없애는 나를 말이다.



-Ram


1.

굳이 끌릴 이유가 있진 않았었는데.

기대감은커녕 당연하게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의외의 모습으로 내게 다가올 때 거기에 대해 강한 끌림을 느꼈나 보다.

그렇게 눈이 마주치자 나는 알았다.

더 이상 번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기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잔잔했던 과거로 절대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부딪쳐야 한다는 사실을.

이건 용기와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렇게 해야 한다는 본능이 나를 이끌었다.

물론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내가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믿으며

인생에서 꼭 해야만 하는 행동이었고, 결정이었다.


2.

내 마음의 무언가가 뚝! 하고 부러지는 느낌이 들자마자 나는 바로 느꼈다.

'아, 이 사람이랑은 여기서 끝이구나.'

주위에선 그랬다. 내가 조금만 더 마음을 풀고 웃으면서 다가가라고.

그건 내 기분의 문제도 아니었고, 감정의 문제도 아니었다. 그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나의 신념들을 반하는 문제였을까.

한 번 아니라고 생각하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나의 성격상 절대 관계 회복이 될 순 없었다.



-Hee


1.

하루 종일 잠과의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면 스프링처럼 몸을 일으켜 세우는 나 자신을 보며 본능에 대해 떠올렸다. 수유, 트림, 똥, 배앓이, 잠, 본능적인 울음 속에 숨겨진 각각의 의미를 파악해서 곧바로 해결해나가는 순간들 속에서 이상하게도 본질적인 단계의 결핍과 사랑에 대한 상념들을 자꾸만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삶의 커다란 변화가,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는 게 무서울 만큼 명확하게 느껴진다.


2.

그간 원하던 삶의 모습, 지키고 싶었던 취향 따위는 이제부터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Ho



이성을 이길 수 있는 단 한 가지가 본능 아닐까.


아무리 견고하고 단단한 잣대가 있다 한들, 단 하나가 나를 와르르 무너뜨린다.

판단력은 흐려지고 코 앞에 시련이 닥쳐온데도 내가 원하던 그 무언가를 위해 다 포기하기도 하고 때론 그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해내기도 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것만은 꺾을 수 없을 것이다.


나의 본능의 중심에 있는 건 단 한 순간도 빼놓지 않고 사람이었다.


사람 때문에 다 내려놓고 도피했었다. 사람 때문에 평생 안할 일도 손에 잡았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목마르고 배고프다. 사람을 그리워하고 미워한다. 이런 바보같은 생각을 내려놓고 싶다가도 습관처럼 찾게 된다.


이것만은 변치 않았다.

여전히.



-NOVA


2025년 12월 14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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