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육백 스물 여섯 번째 주제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도 얘기한다.
한번즈음
그렇게 덤벼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냐고.
그랬다.
내가 살아오면서 있었던 것들은
쥐고 싸우려들지 않으면
빼앗아가곤 하는
그런 거였다.
그래서 움츠리고 도끼눈으로
지키려고 하게 되었다.
나의 것들을.
좋은게 좋은거지 하는 마음을
고깝게 보게 되는 내가
싫어지면서도
나는 팍팍하게 살려고 했다.
그게 나의 삶에 대한
반격이었고 엎어침이었다.
몇 년 그렇게 구르고 나니
마음이 딱딱해졌다.
단단해진 것은 아니었다.
넉넉해지지도 않았다.
나는 좀
팍팍해진 사람이 되었다.
나는 그런가보다.
그렇게 좀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만 같다.
-Ram
고등학교 때 '아, 나는 어떻게, 이렇게, 저렇게 해서 복수를 해야겠다'라고 나름 현실적인 복수의 방법을 생각한 적이 (많이) 있었다. 누군가를 미워했었으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미워하는 마음은 다행히 더 커지지 않았지만 그때의 나를 다시 돌이켜 봐도 그런 생각들로 인해 내가 이성의 끈을 겨우 잡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누군가에게 악영향을 주기보다는 내가 누구보다 더 행복하게 사는 것이 가장 큰 복수일지도 모른다. 가끔 잔인해지자면, 그녀가 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Hee
긴 휴가 복귀와 동시에 회의감 짙어지는 일들이 펼쳐졌다. 담당자 의견은 배제된 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업무가 이미 확정되어 통보됐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고 진행해도 실익보다 손해가 더 큰일이라는 걸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데에만 밤낮을 꽉 채워 며칠을 썼다. 그러고도 내 의견은 끝내 묵살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소동을 종결시킨 건 상급기관의 서슬 퍼런(헛소리 말라는 듯한) 불가 판정이었다. 내 판단이 옳았음이 증명된 순간, 역설적으로 회사에서 나는 무능한 담당자가 되어 있었다. 누구의 사과도 책임도 없이 상황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흘러간다.
분노보다 앞서는 건 묘한 체념이다. 반격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게 가능할 것 같지도 않고. 어차피 회사 생활이란 결국 한 인간이 도태될 때까지 마모되어가는 지난한 과정일 뿐이라는 걸 점점 더 인정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최대한 흔들림 없이 버텨내기 위해 그저 체력이나 더 길러둬야겠다.
-Ho
굳이 반격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이대로인 게 괜찮다 생각한다.
반격은 주로 공격할 때 쓰이는 말이니.
아니다.
만약 공격에 대한 반격이 아니라면.
인생에 대한 반격이라면 나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처참하고 불행했던 인생에 대한 반격이면 나도 가능할지도.
그런데 왠지 26년은 반격할 것만 같은 그런 기분 나쁜 느낌이 든다.
-NOVA
2026년 1월 4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