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육백 스물 아홉 번째 주제
이직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그 쫀쫀한 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밟고 있던 곳에서 떠나는
불안함과
어쩌면 더 나은 선택이 되리라는
기대감.
그런 것들이 계속 나를 붙잡거든.
이직한 회사에서 내가 발붙이기 위해
발버둥쳐야하는 그런 나는 되기 싫었는데
나는 또 그걸 아득바득 해내고 있었다.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하면서
나는 정말로 어떤 구성원이
되어야 할 지 지금도 명확하지가 않다.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모르겠다.
나는 쥐고 있는 것을 놓을 줄을 모르고
새로운 것을 하려먼
많은 것을 떠안고 책임지며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한 번밖에 겪지 않았는데도
자신이 없어지고야 만다.
현재가 불행하느냐,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만족스러우냐,
그것 또한 아니다.
영완한 갈팡질팡한 마음에서
나는 나를 주도적으로 꺼내가는
적극적인 인재가 될 수 없는 깜냥임을 안다.
나는 이 안에서 서서히 익어가는
개구리처럼
그렇게 익어가다가
덜 뜨거워보이는 어딘가를 향해
또 욕심만 내고 있겠지.
나의 아둔한 현재에서
나를 안타까워 하면서.
-Ram
1.
간간이 새로운 환경에 나를 내비치는 건 언제나 필요한 것 같다. 공기, 분위기, 대화들이 전환되면서 나도 덩달아 정비되니까. 좋은 쪽으로. 우연의 일치인지, 타이밍이 잘 맞아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여러모로 내 주위가 바뀌고 있다. 직장도, 집의 구조도, 없었던 가구도, 새 그릇들도. 나 역시 급하면 급하게 찾아온 변화를 나름대로 즐기면서 적응하고 있다.
2.
올해는 하나라고 하면 하나밖에 모르고, 눈앞에 있는 것들에만 급급하고, 마음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얄팍한 사람(들)을 마주치지 말길. 대신 자주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고, 대화할수록 흥미진진하고, 얼굴에 여유가 묻어나는 그런 사람(들)을 더 많이 마주치길.
-Hee
안 다니고 말지, 하는 마음을 자주 품게 만드는 우리 회사는 아직도 살아남아 있지만 그토록 가고 싶어 이직을 준비하고 면접까지 다녔던 회사들은 절반쯤 망해가고 있거나 향후의 전망이 다분히 암울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 회사들 소식을 뉴스나 소문으로 들을 때마다 만감이 교차한다. 가까운 미래조차 가늠하지 못했던 나 자신의 무능함과 약간의 다행스러움. 그럼에도 여전히 그만둬버리고 싶은 지금 회사에 대한 불만과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자포자기. 나이와 경력이, 혼자일 때와는 많은 게 달라져버린 지금의 상황이 이제는 이직을 더더욱 어렵게 만든다. 지금에 와서는 이직을 준비할 일이 아니라 정년퇴직 이후에 뭘 할지를 다소 일찍 준비해야 할 단계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Ho
이직을 선택하지 않은 건 텀이 필요했기 때문.
내가 선택한 시간이 과연 옳을지 테스트 중이다.
3개월의 텀이 내게 어떤 시간으로 바꿔놓을까.
-NOVA
2026년 1월 25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