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육백 스물 여덟 번째 주제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자꾸 아른아른 거리면서
기회가 되면 말을 걸고 싶었다.
안되는 줄 알면서도
자꾸 맴돌고 싶었다.
자꾸라는 단어가 익숙해질 만큼
내심 핑계를 대어서
만나고 싶었고 또 욕심이 나곤 했다.
뭐가 그렇게 좋았느냐
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글쎄, 뿐이다.
좋았다.
어른스러운 그 모습도,
안 어울리게 어린애 같은 모습도
대쪽같은 모습도
먹는 취향이 비슷했던 것도
좋았다.
이런게 사랑이라고 말한다면
꽤 멋져보일 만큼
좋았다.
그래서 아팠고
욕심이 났고
또 그리워했다.
다가가면 더 욕심이 날 것 같아서
숨기다가 터뜨리고
그렇게 돌아보다가 이어붙이다가
그런것들이 조각조각나버려서
사랑인지 미련인지 모를 때까지 와서야
나는 그게 짝사랑이구나 했다.
사랑이었는지 애정이었는지
애증이었는지
알 도리는 없지만
그토록 사랑했던 마음이
짝사랑이 맞았구나 한다.
추억하기에 딱 알맞은 사랑
사라져버린 그런 사랑 말이다.
-Ram
초등학교 때 짝사랑을 했던 상대는 두 명이었다. 그 둘의 이미지는 닮았다. 누가 봐도 착해 보이는 인상이었고, 하얀 피부를 가졌다. 그리고 모범생처럼 생긴, 실제로 모범생이기도 했던 친구들이었다. 3학년 때 좋아했던 친구에겐 고백도 해봤다. 사실 남자와 여자가 사귄다는 게 어떤 건지 잘 몰랐고, 그저 좋아함을 표현하는 게 전부였던 나이였기에 발렌타인 데이날 귀여운 편지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준비한 선물을 요란한 봉투에 넣어 아파트 단지 앞에서 줬던 것이 내겐 고백이었다. 나 말고도 그 친구를 좋아하는 여자애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 친구는 여자애들한테 선물을 받고, 편지를 받는 것이 당연해 보이긴 했다. 그리고 6학년 때 좋아했던 친구는 멀리서만 좋아하지 않고 실제로 그 친구네 집에도 놀러 갈 정도로 친하게 지냈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내가 좋아한다고 고백했다가 상대방에게 거절당할까봐 제대로 된 고백은 하지도 못하고 그저 친하게 지내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고이고이 간직하는 습관이. 언뜻 보면 그저 친한 친구구나 싶은 관계로 지내는 것이 내 짝사랑의 방법이었다. 당연히 그 친구에겐 끝내 고백하지 않았고, 그렇게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멀어졌다. 그 이후 나는 거의 내게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남자에게 더 관심이 갔다. 그런 고백은 내게 너무 안전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고백에 전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웬만하면 내게 좋아한다고 했던 친구들을 한 번 더 유심히 보긴 했었다. 그 당시 조금 더 거절을 포용하며, 진지하게 먼저 고백을 했다면 상황들이 달라졌을까.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지금과는 먼 얘기지만 10년을 짝사랑 해봤던 사람으로서 일가견이 있다.
내가 했던 사랑은
뒷모습이 앞모습보다 익숙해야만 했고
그 사람이 있는 곳은 내가 가야만 했고
거절당함에도 잊을 수가 없어 찌질하게 매달려도 봤다.
생각해보면 둘이 하는 사랑보다 더 아리고 슬프다.
더럽게 구질구질 밑바닥까지 보고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짝사랑은 그 밑바닥이라도 보고싶어 나혼자만 끙끙 앓는다.
안 받아줄 걸 뻔히 알면서, 그런 기대가 사치라는 걸 알기에 그 자리 그 상태에서 만족해야 한다.
오늘은 끝내야지 내일은 끝낼거야 매일을 다짐한다.
그치만 매일하는 다짐은 힘이 없다.
다짐은 그의 얼굴을 마주할 때 연기처럼 사라진다.
그래서 익숙해져야만 한다.
왜냐면 내가 시작한거니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원한 것도 아닌데 내멋대로 시작해버린 마음 제어할 수 없다면 아픔이건 슬픔이건 감내해야만 한다.
원래 그렇게 짝사랑은 처절하다.
-NOVA
2026년 1월 18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