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의 시상식
아주 특별한 상도 있겠지만
자전거 바퀴를 굴리는 두 다리에 약간의 힘을 주려고 일부러 주는 상도 있습니다.
질서가 있고, 겉치레보다는 가치를 좇는 집단일수록
묵묵히 할 때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어린아이가 받는 상은 맞춤형이죠.
누구와도 같지 않은, 나만의 특별한 상을
어렸을 때는 받지요.
놀이 후에 항상 친구들의 장난감까지 정리합니다 상
줄서기를 잘합니다 상
밥을 남기지 않고 다 먹습니다 상
이야기를 재미있게 할 수 있습니다 상
글씨를 예쁘게 씁니다 상
아파도 끝까지 달렸습니다 상
......
며칠 전 시장 표창장을 받게 되었다며, 시상식 촬영 날짜를 알려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직능단체에서 주는 상은 아주 상투적으로 말해서, 개인 시간을 할애하여 단체를 위해 활동을 많이 한다거나 단체를 대표할 만한 특별한 업적을 낸 사람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내게는 당최 해당되는 항목이 없으니 촌스럽지만 나는 수상 이유를 묻고 말았습니다. 누군가의 추천이 있었고, 토론과 승인을 거쳐 확정됐다고 하는군요.
약사회 사무국 직원이 알려주는 추천 이유는 이랬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있었을 때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옥시 레빗벤키저에 대한 불매 운동에 앞장 서는 등, 시민들과의 소통이 많은 대형마트 내 약국을 운영하면서 약과 관련된 사회 현안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행동해 나갈 뿐 아니라 올바른 약국상과 약사상 확립에 힘쓰며 약사회를 통한 활발한 기부 활동으로 시민 속의 약사회로 나아가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어릴 때는 상을 꽤 많이 받았어요. 공부와 관련한 상은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했고, 우쭐해하기도 했다고 고백하겠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상을 받은 건 통 기억에 없어요. 상을 우습게 생각하는 나이가 된 것이지요.
그런데 이번은 달랐어요.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작고 단순한 이유로 상을 받는다는 것이 퍽 맘에 들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냈으면서 대표라는 자가 우리 국민 앞에서 오만방자하기까지 했던 그 옥시 래빗 벤키저(이하 옥시)는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입니다. 2016년 대한약사회에서는 옥시의 두 가지 의약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후 실이 노가 되도록 약국에서는 "옥시社 제품이라 취급하지 않고 있습니다"를 반복했어요. 근무약사들은 때로 귀찮아 하기도 했고 환자들은 너만 왜 유별나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이슈가 대개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서 운동은 있는 듯 없는 듯 흐지부지되고, "그래서 뭐요?" 되묻는 사람까지 생겼지만 나는 중단하지 않았지요. 뭐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만이라는, '우린 역시 냄비 끓듯 끓고 말아' 하는 패배의식에 나라도 한번 부딪쳐보고 싶었다고 할까요. 그러고보니 개비스콘과 스트렙실의 불매운동을 시작한 지 벌써 5년째군요. 세월 참...
그냥, 했어요. 모두 다 했던 것인데, 중단하지 않았고 변함이 없었던 것뿐이었어요. 그랬는데 누군가 알아주었다는 것이 기쁘고, 내가 속한 단체가 이 정도의 양식을 가진 것도 참으로 기뻤습니다. 약국이 있는 이 지역은 내 고향도 거주지도 아니며, 임원은 물론 평회원 가운데서도 친하게 지내는 사람 하나 없으며, 단톡방에서 예의상 해야 하는 인사조차도 잘하지 못하고 까칠하고 냉소적인 사람이 난데 말입니다.
비대면 시상식 촬영이 있었습니다. (방역수칙을 잘 지켜 촬영하였습니다.^^)
박수도 꽃다발도 없이 초라하고 썰렁했지만 내게는 아주 의미있는 특별한 자리였습니다.
코로나 시대 약국을 접는 분들을 유독 많이 보았습니다. 다들 많이 힘든 시기입니다. 소박한 상 하나가 나를 일으켜 세우고 있음을 느낍니다.
계속 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작은 칭찬.
소위 '관종' 소리 들을 위험을 무릅쓰고 사진까지 갈무리해두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십여년 전 타기 시작해 서툴고 아직도 갈길이 먼 내 자전거는, 쓰러지지 않고 계속 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