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밴드의 깃발을 흔들며 방방 뛰는 청춘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무대 저 멀리 시종일과 앉.아.서(혹은 누워서) 환자처럼 즐기고 있는 나조차 흐뭇하고 행복하게 만들었다.
가족단위 관객들도 참 예뻤다.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가 음악을 듣는 동안 잔디에서 책을 보고 게임을 하고, 유모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딸을 목마 태워 무대를 즐기는 젊은 아버지도 보였다.
행복한 사람들이 곁에 있는 것만 으로도 좋았다.
만들어 온 깃발을 흔들어온 목소리를 다해 소리를 지르며 공연을 즐기는 팬들을 보니, 저들은 참 우울할 틈이 없겠다 싶었다.
좋아하는 가수의 다음 공연 스케줄을 기다릴 테니,
공연날과 공연날사이의 공백이 기다림으로 설렘으로 채워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공연관람 이후 몇 개의 루틴이 추가됐다.
공연장에서 처음 들어본 적재의 라이브 연주는 매일 퇴근 후 늘어진 오후에 침대에서 듣기 좋고, 아침 출근길마다 실리카겔의 연주음악을 들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한때 ‘너바나’에게 빠져느꼈던 락스피릿을 20년 만에 다시 마주하다니. 공연을 다녀온 며칠 뒤인 오늘까지도 나는 여전히 들떠있다.
아마도 공연장에서 힘껏 끌어올렸던 아드레날린이 가슴속에 남아 진정되지 않나싶다.
반갑고 고마운 번잡함이다.
공연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깨달았다.
'아직 이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들과 재미있는 것들이 꼭꼭 숨겨져 있었구나!‘
나는 이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값비싼 상담을 권하는 대신 락페스티벌 티켓을 건네주며 조용히 손을 잡고 잔디로 가겠다.
(따지고 보면 시간당 8만 원~10만 하는 상담비용이나 공연비용이나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시간에 따른 비용으로 치면 이건 훨씬 싸게 먹히는 걸)
나는 경험의 폭이 사고의 폭이라고 믿는 지독한 경험주의자다.
경험은 책을 통한 간접경험이어도 좋고, 여행을 통한 직접경험이어도 좋다고 믿는다.
그래서 경험이 빈약한 사람과의 대화에는 여백이 많아 보이고 생각이 단조로워 대화가 길게 이어지기 힘들다.
나는 곧 우울감을 지속하고 있는 친구의 손을 잡고 이 세상에 숨어있는 재미있는 것들을 찾아 숨바꼭질을 하자고 종용해 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