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가 없는 인간은 인간이 아니다.

에세이

by mina


그림자가 없는 인간은 인간이 아니다.


‘돌봄과 작업’ 시리즈를 출판한 에디터 김희진의 ‘돌봄 인문학 수업’에 나오는 말이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이 그림자가 없는 인간을 만들 각오로 아이를 키운다.

혹여나 아이 근처에 그림자가 생기면 부모가 그림자를 딛고 서서 아이가 보지 못하도록 감춘다.

하지만 아이가 커갈 수록 우리는 깨닫는다.

그림자가 없는 인간을 만든다는건 불가능한 일이라는걸.


인간이 완벽해지려고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그것은 허상일 뿐이다. 약점 없는 인간이란 인간이 아니다. 실패 없는 인간이란 인간이 아니다. 그림자 없는 인간이란 인간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것이 얼마나 순진무구한 환상인가를 결국은 깨달을 수밖에 없으리라고 나는 믿는다. 양육은 가장 궁극적인 차원에서 결국은 타자를 동일화하지 않는 채로 수용하는 것, 타자를 고스란히 타자인 채로 존재하게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 김희진, 돌봄 인문학 수업

애초에 나와 한 몸이었던 아이를 온전히 타자로, 하나의 객체로 인정하라는 것은 때로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내 피부에 밀착되어 있던 생살을 떼어내는 고통이 따른다.

아이의 고통이 내 고통으로 온전히 전이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이가 들고 몸집이 커질수록

즉,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자신이 가진 그림자도 필연적으로 함께 커지는 것 자명한 일.


그러니, 부모의 일이란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인간 본연의 결핍과 결여, 즉 그림자를 인정하도록 돕는 일.

그렇게 자신의 삶을 견인할 힘을 갖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다만 정오의 태양아래 잠시 그림자가 사라지거나 저녁즈음 내 몸집보다 더 크고 기다란 그림자를 마주하듯

삶의 주기에서 마주하는 각기 다른 그림자들을 수용할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게 조금씩

나와 내 아이가

당신과 당신의 아이가

태양을 피하기보다,

태양을 마주하기를.



#돌봄인문학수업

#김희진

#돌봄과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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