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a Jun 02. 2024

물건 정리가 안 되는 아이 방법이 없을까요?


중학교에 오면 알림장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수행평가 준비물이라던가 체육복, 가정통신문, 각종 필기구 정리까지 아무도 돌봐주는 사람이 없고 없어야 하는 게 맞지요. 조금 안심되는 말을 드리면 남학생의 경우 10명 중에 7명은 거의 자기 주변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실내화, 체육복을 주기적으로 잃어버리는 학생부터 교복을 잃어버리거나 핸드폰을 찾아 헤매는 아이들이 일상다반사지요. 좋은 태도는 아니지만 비단 내 아이만의 문제라고 특별히 심각하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다는 말입니다.


남학생들의 가방에서는 몇 달 전에 선생님이 배부하신 종이 가정통신문이 구겨진 채 발견되거나, 먹다 남은 간식 부스러기들이 종종 발견되기도 하지요. 그뿐 아니라 책상 주변에 실내화주머니가 널브러져 있거나 가방을 그냥 바닥에 던져놓는 경우도 많습니다. (여자아이들 중에서도 간혹 있긴 합니다.)

교과선생님들이 수업시작 전에 너무 심하게 정리가 안된 경우는 조금씩 지도를 하시지만, 결국 자기 스스로 정리하는 습관이 만들어져야 하는 게 중요하지요.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 아이의 기질을 인정하기

습관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닙니다. 반복적인 신경질적 ‘잔소리’는 별 효과가 없습니다.

우선 정리가 잘 안 되는 내 아이의 기질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타고난 기질이 순서대로, 차곡차곡, 세심하게 물건을 돌보기 보다

자유롭게, 즉흥적인 학생들은 기질적으로 소소한 것들을 잘 놓치기 쉽다는 걸 인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습관은 부모님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일정하게

정리는  집에서 부모님이  계실 때 ‘연습’ 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엄마가 맛있게 밥을 차려놓고 외출을 합니다.

“엄마 나갔다 올 테니까, 밥 먹고 식탁 정리해 놔. “

아이는 “네‘라고 말을 하지요. 그런데 돌아와 보니,

아이는 뒷정리를 전혀 하지 않았고, 식탁 위에 말라붙은 반찬은 뚜껑도 덮여있지 않았고 밥풀이 굳어있는 밥그릇도 그대로 있어

식탁 위는 난장판이 되어있습니다. 먹다 남은 과자도 나뒹굴고 있고요.

그러면  엄마는 화가 나서 아이에게 야단을 치겠지요? 그런데  실은 평소에, 그러니까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마친 후에 자기가 먹은 것들을 설거지통에 넣는 연습,

반찬을 냉장고에 넣는 연습이 안되어있었기 때문에 아이는 평소 습관처럼 행동한 것이지요.

그러니 평소부터 자신의 옷, 밥, 신발 등등은 스스로 정리하도록 연습하는 것이 작은 정리 습관의 시작입니다.


중학생쯤 됐다면, 아무리 바빠도 내 속옷은 빨래통에, 먹고 남은 밥은 설거지통에, 과자봉지는 쓰레기통에 넣는 것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온 수건은 방에 던져두는 게 아니라 잘 마르도록 펴서 걸어두도록 연습시키세요.

책가방을 놓는 고정된 장소와 학원 가방등을 놓는 장소를 정해주시고 (작은 바구니나 걸이등) 그곳에만 책가방을 놓는 것이라는 걸 인식시켜 주세요.

이 기본적인 것들은  본인이 정리하도록 ‘연습’ 시키세요.

크면 좋아지겠지 하실 수도 있지만, 오히려 고등학생이 되면 아이의 귀가도 늦어지고, 학업스트레스가 커서 일상적인 생활습관을 고쳐주기에는 늦더라고요.


문제집과 책들이 바닥에 널려있다면

중학교에 오면 과목별 학교자습서나 학원 문제집들이 많아집니다. 제가 권장하고 싶은 방법은 아이가 정리를 잘 못하는 편일수록 칸이 여러 개 있는 책장에(한샘이나 이케아에 많이 파는) 과목별로 문제집이나 책을 정리하도록 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꼭 책장 위에 ‘수학’, ‘국어’, ‘과학’ 이런 식으로 과목명도 붙여주시는 게 좋습니다.

나중에 문제집을 찾아 헤매는 일이 없도록 말이죠.

그리고 화내지 말고 ‘수건 똑바로 놓자.’, ’ 책가방을 원위치에 놔야지 ‘하고 연습시키시는 게 필요합니다. 30번을 해도 아이가 무심코 실수할 수 있으니 화는 내지 마시고 무의식적으로 습관이 될 때까지 반복해서 말하시면 됩니다.

제가 20년 넘게 아이들을 지켜봐 보니, 아이들이 일부러 엉망으로 물건을 놓는다거나, 선생님이나 부모님을 골탕 먹이려고 하는 행동이 아니더라고요. 그저 무심하게 물건을 둔 것뿐입니다. 물건들이 제자리에 있는 게 익숙한 것이고 편한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아이 없을 때 엄마가 다 치워주시는 건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오히려 정리 못하는 습관을 강화시켜 주시는 게 되는 셈이지요.


잔소리보다는 질문이나 위트 있는 유머로 의사표시하기

기분이 좋으실 때 아이에게

”오늘은 방 정리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몇 시쯤 할래? “

하고 질문하듯이 물어보세요.

명령 아니고 잔소리 아니고 질문형태로요. 아니면 약간의 유머를 섞으셔서

“엄마는 우리 집에 아들이 한 명 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빨래통 봐봐. 한 다섯 명의 아들이 살고 있나 봐!”

하고 위트 있게 얘기하셔도 좋습니다.

아이에게 ‘엄마는 이걸로 너에게 화낼 생각은 아니야. 하지만 고쳐주는 게 좋겠어.’ 하고 은연중에 의사를 전달하시는 방법을 택하시는 거죠. 엄마가 유머로 이야기하면 아이가 공격적으로 반응하지 않습니다.


사춘기시기 아이와 부모와의 전쟁의 서막은 크게 세 가지 정도입니다. (학업을 제외한다면 말이죠)

핸드폰, 이성친구, 마지막이 방정리가 안 되는 것.

부모님과 사이가 안 좋은 아이들을 보면, 위의 셋 중 하나로 아이와 급격 사이가 안 좋아지다가 학업에 대한 의사소통에도 영향을 미쳐  더 큰 갈등을 빚곤 하지요.

소소한 생활에서의 마찰은 최대한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서가 학습을 지배하니까요.


__________________

요점정리 포인트

1. 다수의 중학생들이 정리에 미숙하다. 우리 아이만의 문제라고 너무 심각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

2. 잔소리보다는 질문이나 유머로 아이에게 정리 연습을 시키자.

3. 바쁜 아이를 위해 부모님이 모든 걸 정리해 주고 치워주는 것은 정리 못하는 기질을 강화시킬 뿐이다.





이전 11화 중학교에 가더니 말을 안해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