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그리고 며칠.
귓가에 속삭이듯 시작된 말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점점 커진다. 마지막 사람에게 도달할 즈음엔 처음과는 전혀 다른 말이 되어 있다. 결국 소통은 소문이 된다.
우스꽝스럽게도, 나는 소통을 업으로 삼았다. 아이러니의 끝을 달려왔다.
쉼표를 그린 날, 그 이후 만난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손가락을 꼽아보니 한 손으로도 충분하다. 아니, 두 손인가. 마치 희미한 안갯속을 걷듯, 그들과의 대화는 흐릿하기만 하다.
이직이라는 미로를 몇 번이나 헤매다 보니, 과거는 그저 지나간 바람 같다. "잘 되길 바란다"는 말은, 서로를 위한 가장 무난한 인사일 뿐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결국 나를 지키는 방법이니까.
이제 와서 다시 돌아본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답안지에 정답을 써내지 못했던 그 순간의 나는, 그저 그만큼의 사람이었을 뿐이다. 시간과 공간이 만들어낸 미로 속에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믿고 싶다.
취기가 오른 밤, 내 입술 사이로 흘러나간 말들이 있었을까. 기억은 안개처럼 흐릿한데, 그 안갯속에서 누군가의 이름이 떠다녔을지도 모른다. 나는 잊었지만, 테이블 건너편의 그 사람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겠지. 그리고 그 기억은 이제 어딘가를 떠돌고 있겠지.
거짓을 부정하고 싶지만, 나의 항변은 빈 메아리가 되어 흩어질 뿐. 결국 "알겠습니다", "송구합니다"라는 무미건조한 두 단어만이 살아남는다.
좋은 소문은 재미없어서 금방 사라진다. 나쁜 소문은 달콤한 독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어느새 나는 '재미있는 사람'이 되어 있다. 그 꼬리표는 수십 개의 입과 귀를 거쳐,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내게로 돌아온다.
매년 가늘어지는 다리를 위해 잠들기 전 스쿼트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내 이야기는 입을 거치며 골프 레슨을 받는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
막막한 미래를 한탄하던 어느 날, 무심코 던진 딸기 농장에 대한 관심 한 마디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어느새 나는 수만 평의 땅을 소유한 농업 재벌이 되어 있었다.
그들의 입에서 나는 어느새 등단 작가가 되어 있었다. 한 달 전 시작한 서툰 낙서가 문학의 반열에 오르다니. 참 묘한 일이다.
빈집에 문을 열어두었다. 내 약점이 들어오고, 내 진심이 새어나갔다.
위로라는 이름으로 건네진 말들이 사실은 함정이었다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결국 나는 그들의 이야깃거리로 전락했고, 그제야 깨달았다 - 나는 결코 그들의 동료가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마음을 쏟아내는 바보였다.
타인의 귀를 거쳐 흘러간 나의 진심들은 이제 누군가의 술잔 속에서 하나둘 녹아들고 있다.
그들은 왜 아직도 내게 관심을 두는 걸까. 마치 거울 속 그림자처럼, 나를 향한 시선이 불편하다.
모든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그저 존재하고 싶다.
침묵이 내 유일한 친구가 되어, 그 고요 속에서 서서히 안개처럼 스러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