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아이다>는 폭발적인 에너지로 넘쳐나는 공연이다. 그 에너지의 표현이 예술적이고 우아하다는 게 <아이다>를 특별하게 한다.
<아이다>는 전쟁의 시대에 꽃핀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노래하는 작품이다. 간단한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이집트와 누비아는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었고 그러던 중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는 이집트에 포로로 붙잡히게 된다. 아이다를 만난 이집트의 장군, 라마데스는 그녀를 자신이 결혼해야 하는 이집트의 공주, 암네리스에게 하녀로 선물한다. 그런데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아이다와 라마데스는 서서히 사랑에 빠진다. 암네리스는 겉모습을 꾸미는 것과 라마데스에게 사랑받는 것에만 관심을 가졌지만 조금씩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된다. 아이다는 이집트에 잡혀 있는 자신의 백성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힘이 되어 주기로 결심한다. 그러다 뜻밖의 인물이 이집트로 잡혀 오게 되는데...
이 뮤지컬은 매력적인 인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아이다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주인공이다. 그녀가 라마데스와 사랑에 빠지고 누비아 인들을 만나며 누비아의 공주로서의 의무와 라마데스를 사랑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멋지게 표현되어 있다. 대사 한마디 행동 하나에서 고귀한 용기를 엿볼 수 있다. 라마데스와 있을 때도, 백성들과 함께할 때도 아이다가 고요한 적막 속에서 노래를 시작하고 서서히 주변 인물들과 반주가 따라가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 작은 부분에서 아이다가 정말 이 뮤지컬의 제목을 차지할 만한 주인공이라는 게 느껴졌다. 아이다가 라마데스에게, 암네리스에게 그리고 누비아의 백성들에게 희망이란 이름의 또는 변화라는 이름의 노래를 불러주는 인물이구나. 그들의 세계에 음악을 가지고 들어와 준 사람이 아이다구나 싶었다.
라마데스는 우연도 운명도 없고 자신의 길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노래한다. 극의 시작부터 계속 등장하는 표현이지만 사실 라마데스는 아버지의 바람대로 사랑하지 않는 암네리스와 결혼하기로 되어 있었다. 라마데스가 비로소 자신의 길을 개척하기 시작한 것은 아이다를 만난 이후였다. 아버지와 대립하고 반역자가 되면서 진정한 자신의 삶을 되찾게 된다.
암네리스는 예상보다 훨씬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예쁜 드레스와 장신구에 가려진 공주라는 자리의 무게를 잘 보여주었다. 라마데스와의 결혼을 앞두고 전쟁의 현실을, 그리고 라마데스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인이 누군지 깨달아버린 암네리스는 조금씩 변화하며 마지막엔 위엄 있고 단단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어떤 등장인물보다 공감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인물로 마음에 남았다.
<아이다>의 연출은 빛과 어둠의 춤과 같았다. 이집트 낮의 뜨거운 태양 빛깔인 붉은색과 오렌지색으로 그라데이션이 된 하늘에 야자수와 사람들의 새까만 실루엣이 비친다.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왔다기보단 현대적 감각으로 나일 강의 풍경을 재해석한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듯했다. 그러다가도 저녁의 푸른색과 보랏빛으로 얼룩진 하늘과 강물, 그리고 그 둘을 구분 짓는 야자수의 그림자 앞에서 아이다와 라마데스가 사랑 앞에 솔직해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연출이 마술을 부려 어느새 나는 이집트 나일 강 앞에 서있었다.
고대의 모습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한 예술 작품이라는 표현은 춤과 노래에도 들어맞는다. <아이다>는 고대 이집트의 신비한 분위기를 잃지 않으면서 현대적인 스타일의 다양한 노래와 춤을 선보인다. 'My Strongest Suit'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넘버다. 암네리스가 겉모습을 치장하는 게 최고라며 부르는 곡인데 강렬한 색이 자주 등장하는 <아이다>에서도 가장 강렬하고 화려한 장면일 것이다. 암네리스의 폭발적인 가창력, 신나는 리듬, 파격적인 패션이 모두 다 포함된 멋진 장면인데 동시에 암네리스가 어떤 인물인지 소개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같은 곡의 멜로디가 약간 다르게 다시 소개되는 'repraise'때 암네리스가 공주의 고충을 노래하며 차분하게 등장하는데 그 부분도 정말 아름다웠다. 이외에도 암네리스가 주인공 둘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Every Story is a Love Story', 'Eleborate Lives' 등 아름답고 중독성 있는 넘버가 많이 등장한다. 누비아의 백성들이 아이다의 이름을 부르고 아이다가 'God Loves Nubia'로 보답할 때는 눈물이 고였다.
<아이다>의 이야기는 슬프지만 아름답고 우아하지만 강렬하다. 멋진 사랑 이야기이자 성장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