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에어(Room Air) 21

일상의 소중함

by 두런두런

공기 중에 산소 농도는 약 21%이다.

정상 공기에서 미세한 산소 농도의 변화는 거의 느끼지 못하며 살아가지만, 화재 상황, 물속, 대기권 밖, 고압산소방 등 특수 상황에서 산소농도가 급격하게 바뀌면 우리 몸은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때론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변화의 영향력은 더 강력한 편이다.


주변에는 산소 농도 21%만큼이나 적정 수준의 농도 또는 밀도, 음량, 유량 등등을 유지하는 것이 있다. 대상 물질에 따라 수치를 나타내는 단위는 다르지만, 중요한 것은 상태의 적정 수준이다.


지하철 안, 공연장, 좁은 통로등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닫힌 공간에서는 산소 농도가 떨어져 있다. 이때 출입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가 유입되면 훨씬 상쾌함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은 한 번쯤 있다.

‘휴~우, 답답했는데 이제 살 것 같네. 아! 시원해.’라고 심호흡이 절로 나온다.


이런 현상은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산소농도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 집에는 자주 작은 볼륨의 라디오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큰 소리로 듣고 싶었지만, 다른 식구들이 듣기 싫어하니 볼륨을 크게 틀 수 없어 소리가 작아진 것이다.

하지만 나의 귓가에는 분명히 들리는 볼륨이다. 비유하자면 ‘룸에어 21’ 데시벨 음량인 것이다.

나의 귀는 그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과 이야기에 쫑긋 세워져 있다.

가족들은 들리지도 않게 켜둘 것이면 끄라고 성화지만, 나의 귓가에는 분명히 들리고 나는 마치 대기 중 21%의 산소를 공급받는 것처럼 그 음악과 이야기를 듣고 감동하고 있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의 눈치 속에서도 집안의 대기를 통과하여 나의 귓가로 들어오는 그 소리들이 소중하다. 나를 미소 짓게 하고, 힘을 나게 한다.


시각적인 ‘룸에어 21’도 있다.

대기농도 100%를 기준으로 산소 21%의 비율처럼, 5분의 1을 조금 넘기는 분량의 일상 사물은 참 다양하다.

하늘의 흰 구름, 거리의 가로수, 지나가는 사람들, 자동차 사이에도 여백과 적정한 흐름이 느껴진다.

읽으려고 놔둔 책들, 마시다 남은 커피, 찬장 구석에서 발견된 간식 한 봉지, 아직 여유가 있는 정돈된 수건과 옷들도 나의 일상을 편안하게 해주는 ‘룸에어 21’이다.


꽉꽉 채워진 100%가 아니라도 우리의 일상을 미소 짓게 하고, 편안하게 숨 쉬게 하는 산소 같은 나만의 ‘룸에어 21’이 무엇이 있는지 떠올려 보길 권한다.

그리고 참신한 일상의 재발견이 되었다면 함께 나눠 주면 참 감사하겠다.


또 우리를 둘러싼 산소의 농도가 21%로 거의 일정하게 말없이 수천 년간 공급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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