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고 있는 건 돌인가 사람인가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피라미드를 만들지 않겠다는 파라오 때문에 신전과 대신들이 모두 난리가 난다. 이웃나라들까지 모두가 주목하는 가운데 대제사장이 나서서 파라오를 설득시키고 (아니, 뜻대로 하라는 수동적인 허가를 받고) 대 피라미드 공사가 시작된다. 그리고 파라오와는 무관하게 피라미드는 무수히 많은 이집트인들의 생명력을 삼키며 점점 비대해진다.
한 단 쌓아 올릴 때마다 천재지변이 일어나고, 돌을 한 개 올릴 때마다 피라미드는 피를 흘린다. 사람들은 피라미드를 중심으로 삶을 살면서 피라미드로 인해 그들의 생계가 형성된다. 하지만 피라미드로 인해 더욱 피폐해져 간다.
피라미드는 사람들에게 흥분과 고조를 불러일으키고 사람들은 파라오에 대한 감사와 혼란을 느낀다. 모래폭풍이 쌓인 돌들과 사람들에게 휘몰아친다. 그리고 또 돌이 올려졌을 때 이번에는 음모가 발각되어 대제사장이 체포되고, 비밀경찰들과 수사국장은 그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조사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역사 소설 같이 시작하는 이야기가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현실감을 주며 지난하게 돌을 쌓아 올리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 같으면서도 돌을 한 개 한 개 쌓을 때마다 매번 나타나는 재앙과 위기는 새롭고 새로운 음모들이 계속해서 드러난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누가 청사진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피라미드가 건설된다. 하지만 완성된 피라미드는 그저 무덤일 뿐이고, 어떠한 영광도 남아있지 않다.
소설에는 이같이 웃을 수 없지만 웃음만 나오는 풍자로 가득하다. 카다레는 자신의 나라 알바니아의 현실을 이집트에 빗대어서 소설을 작성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세계에는 비밀경찰들과 각종 음모가 등장한다. 하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과거나 지금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불합리함들이 있는 건 마찬가지이다.
이래서 소설을 읽는 건 재미있다. 일상적으로 느끼는 불협화음을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생각의 틈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