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소
가을 반곡지에
들 내음 그득한 꽃이 피었소
그랬소
꽃은 늘 이렇게 갑자기 피고
피기 전에는 언제 필 지 모르던 한 포기 풀이었소
하여 내 지난날
필지 아니 필지 아무것도 알지 못해 슬펐더니
실은 아픔만으로 아파할 게 아니었소
그 풀처럼 하얀 꽃망울 틔울 날 있을 테니요
언제일지는 알 수 없지만
어쩌면 그게 오늘일지 어찌 알겠소
- 손락천
불확실성은 때때로 무력감을 소환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것 때문에 삶이 유지된다.
삶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 까닭이다.
요컨대 알 수 없어서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계속할 수밖에 없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