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토닥토닥

봄 보다 가을

또 하나의 독백

by 시인 손락천

치열했던 삶 뒤꼍으로 햇살 꺾이고 바람 식으면

나는 더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않은 뒤꼍의 날에 잠시 앉습니다

삶이란 무엇이 시작이고 끝인지 모를 달음박질이지만


삶에는 분명 이런 날이 있더이다


삶은 수없는 시작과 끝으로 이어 붙인 한 뭉텅이의 달리기였고

우리는 현기증 나던 봄향에 취해 여름을 달렸던 것처럼

고즈넉한 가을향에 쉬어 겨울을 달리겠더이다


치명적인 향기로 짓쳐 달렸던 여름 뒤꼍에서

나는 다시 겨울을 달리기 위해 아득한 향기 사이로 머뭅니다

봄과 가을은 혹독한 계절을 이어 붙이려 향기롭지만


그 접착을 고한 향기의 여백은 이토록 달랐습니다


그리고 나는 왠지

들뜬 봄향보다는

내려앉은 가을향이 조금 더 좋습니다


- 손락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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