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토닥토닥

더러는 그렇더라

한 조각 삶의 증거

by 시인 손락천

붉더라만

더러는 물들지 않고 말랐더라


이런 이유로 혹은 그런 이유로

단풍

마지막 마음 서린 곳

그리 미련하거나 성급하였고


짜임새 없더라만

떠올려 생각하니

삶이란 게 원래 더러는 그런 것이더라


- 손락천



단풍은 때 되어 붉지만, 더러는 물들지 않은 채 마른 단풍도 있고, 또 더러는 잎 틀 때부터 물든 단풍도 있더라.

살아온 것에 대한 미련이든, 살아갈 것에 대한 성급함이든, 어찌 되었든 그리 하였음에는 살기 위한 혹은 살았음을 위한 이유가 있었을 테다.


한밤.

나는 이렇게 물들지 않고 마른 단풍을 마주하고, 살았음과 살아있음의 증거 앞에 잠 못 들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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